“아동의 모든 죽음, 국가가 관리해야”읽음

반기웅 기자

인권위, 학대사건 조사 보고서

변사·단순사고 분류 사례도 학대 가능성…구체적 분석·자료 공유를
보호기관 담당자 전문성 높이고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보완도 필요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약 10개월에 걸쳐 국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였다. 인권위의 결론은 “전국 모든 아동의 죽음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충남 천안 ‘여행가방 아동감금 사망’사건에서는 세밀한 아동학대 사례 분석 보고서를 활용한 교육자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양천 아동학대(정인이)사건을 통해서는 모든 아동의 변사사건에 대해 사례 분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지적했다. 기초수급권 탈락 가정 아동의 복지를 지원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의 정밀한 보완도 요구했다. 아동전문보호기관의 사례 관리와 방법 등에 대한 실태조사도 권고했다.

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25쪽 분량의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을 토대로 국내에서 발생한 각 사건의 원인과 쟁점은 무엇인지, 권고의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지난해 6월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어머니가 아홉 살 된 아이를 여행가방에 가뒀다. 아이는 끝내 숨졌다. 사건 한 달 전쯤인 5월5일 아이는 머리를 다쳐 병원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아이의 손과 엉덩이에서 멍자국을 발견한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대응도 늦었다. 부모와의 일정 조율을 이유로 5일이 지나 조사했다.

인권위는 아보전 업무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이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 등 정량적인 수치만 집계할 뿐 현장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자료는 만들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세밀한 아동학대 사례 분석 보고서를 발간해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업무 담당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지난해 10월 16개월 된 아이가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숨졌다. 피해 아이의 부모는 지난해 2월 아이를 입양한 뒤 세 차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수사 결과 내사 종결, 혐의 없음으로 처리했다. 사망 당시 아이에게서 두개골 골절과 뇌손상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최소한 아동사망사건만은 철저한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인권위는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 접수된 사망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의 단순사망사건에 대한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아동의 변사사건에 대해 사례 분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2020년 1월부터 경남 창녕에서는 신체학대를 당하던 9세 아이가 5월 집에서 탈출했다. 아이를 발견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한 끝에 피해 아이와 자매 3명도 부모로부터 분리조치됐다.

피해 아이는 2020년 1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상 대상 아동으로 발굴된 상태였다. 기초수급권 탈락 가정 아동의 복지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아동학대 위험과는 무관한 대상이었다.

인권위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더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탁·분리 경험 여부 등을 시스템상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천 ‘라면형제’ 화재사건으로 알려진 인천 용현동 화재사건은 지난해 9월 친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했다. 사고 발생 전 이미 해당 가정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아보전도 사례관리를 하고 있었다. 아보전의 사례관리가 진행 중인 가정에서 발생한 점을 주목했다. 인권위는 전국 아보전의 사례관리 내용과 방법, 효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4월 경북 포항에서는 10세 아이가 수개월 동안 공동생활가정(아동보호시설) 독방에 혼자 갇혀 지낸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아동보호시설 내 아이들은 공적 보호체계에 들어온 것으로 간주돼 지방자치단체와 아보전 모두 이런 아이들은 관리하지 않는다. 내부고발이 아니면 학대 사실을 알 수 없는 구조다. 인권위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의 활동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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