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과 똑닮은 해군 성폭력 현장점검 결과···“사건 아닌 모두의 문제로 접근해야”

노도현 기자
지난달 13일 해군 A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앞에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 기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해군 A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앞에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 기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이 일어난 해군의 각종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가 부실하다는 점이 여성가족부 현장점검 결과 공식 확인됐다. 지난 5월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던 공군 현장점검에서도 사실상 똑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변한 게 없었다. 사건이 터지면 관행적으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군 내부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3일 해군본부와 해군 2함대, 2함대 예하 해당 기지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지난달 12일 직속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해군 A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중사는 지난 5월 말 도서지역 부대에 전입한지 3일 만에 피해를 당했고, 이후 2차 가해 등을 겪었다. 지난 5월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과 닮았다.

해군에서는 성희롱·성폭력 사건 현황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한 통계자료조차 찾기 힘들었다. 사건 이후에도 해군 단위의 재발방지대책은 수립되지 않았다. 지난 1일 ‘수사기관 등에 신고 전 피해자 지원제도 시행지침’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공식적인 신고가 있어야만 피해자 지원이 가능했다.

특히 도서 및 격·오지 부대의 경우 즉각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웠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전입 여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상담은 전입 3개월 이내에만 하면 되는데다 대부분 전화상담에 그쳤다.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 여부만 판단할 뿐 피해자 보호조치를 논의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사건 피해자가 성고충전문상담관과의 정기상담 시 이미 성범죄 피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고충을 털어놓지 못한 점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상담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군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적합한 교육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사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휘관들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이 부실했다. 군대 내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높았지만 대부분 업무시간 내 사이버교육으로 진행됐다. 여가부는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인식하거나, 성범죄 사건 발생시 여군 대상 간담회를 여는 등 여군이 부각되는 방식으로 해결방안 논의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군 조직문화를 바꾸고 조직원들이 성평등 의식을 키워야 하지만, 여전히 사건과 자신은 별개라고 보고 피해자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한다”며 “사건 실태조사가 아닌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 팀장은 “우리사회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면서 군의 특수성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해야지 군대 안팎을 따로 봐선 안된다”며 “군 내부 조직문화가 개선되고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우리사회 전반에 실효성 있는 성폭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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