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회사들 꼼수 입찰 판치는 ‘조달청 나라장터’

글·사진 박용근 기자

“다수공급자 계약 부실” 국민신문고 제보 현장 가보니

<b>제조설비 없는 텅 빈 공장</b> 전북 고창 아산농공단지 업체에는 조달청에 등록한 플라스틱포대와 무관한 설비들이 놓여 있다.

제조설비 없는 텅 빈 공장 전북 고창 아산농공단지 업체에는 조달청에 등록한 플라스틱포대와 무관한 설비들이 놓여 있다.

생산 설비 없는 ‘창고’뿐…농공단지 입주·수의계약 악용
되팔기 만연해도 현장실사 없어…조달청 “즉각 등록말소”

“(형식상) 기준만 갖추면 누구든지 특혜 없이 일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허위로 서류를 꾸며 등록한 유령 업체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법을 지키며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소상공인들이 되레 피해를 본다면 이것이 과연 공정사회인지 묻고 싶습니다.”

지방에서 기타 플라스틱포대(식생토낭)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A씨는 지난 12일 국민신문고에 이런 글을 올렸다. 조달청이 운영 중인 다수공급자계약(MAS)의 부실한 관리를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실상도 공개했다. 그는 “MAS에 등록돼 있는 B업체는 공장과 생산시설을 전혀 갖춰 놓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데 유사제품을 사들여 이익을 붙인 뒤 다시 판매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또 다른 C업체는 공장은 형식적으로 임차해 놓고 쓰레기장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신문고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3일 현장을 찾았다. 전북 고창군 아산농공단지에 입주한 것으로 돼 있는 B업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조달청에 등록된 내용의 공장 설비는 보이지 않았다.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플라스틱포대를 만드는 설비라곤 사무실 구석에 놓인 오래된 미싱기 한 대와 부직포 몇 장뿐이었다.

농공단지에 주소를 둔 이유도 명확했다. 조달계약은 1억원까지 납품이 가능하지만 농공단지에 입주한 업체에서 직접 생산한 물품에 대해서는 국가(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금액과 무관하게 수의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 농공단지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주소만 걸어두고 계약에 활용하는 일부 유령업체들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실 회사들이 정부 ‘종합쇼핑몰 좋은나라 정책’에 어떻게 진입할 수 있었을까. 등록 심사를 하는 조달청이 현장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가 제출한 3년 이내 납품실적증명서만 확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의 최저가 1인 낙찰자 선정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MAS를 도입했다. 문호를 개방하되 납품실적, 경영상태 등이 일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적격성 평가를 거쳐 승인토록 규정했다.

조달청은 “제조등록의 경우 공장과 설비, 인력, 제조공정을 갖췄는지 심사하는데 최근 3년 이내 납품실적증명서를 제출하면 현장실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면서 “문제가 제기된 업체들을 실사해 제조 여건을 갖추지 않았다면 즉각 등록말소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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