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추석 대목 맞은 한과공장에 ‘로봇’? “갑돌이와 갑순이가 효자네유”읽음

글·사진 박용근 기자
전통한과 생산공정에 투입된 로봇 갑돌이가 15일 유탕기에서 한과를 건져 올리고 있다.

전통한과 생산공정에 투입된 로봇 갑돌이가 15일 유탕기에서 한과를 건져 올리고 있다.

“추석이 코 앞이라 눈코 뜰 새 없어요. 명절대목이 1년 중 가장 바쁜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로봇이 척척 해주니 대견하고 신기하네요.”

지난 15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 동암리에 자리잡은 정일품 전통한과 공장. 직원 방효배씨(48)가 로봇인 ‘갑돌이’와 ‘갑순이’를 가르키며 “우리 공장 직원 17명 중 으뜸가는 효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갑돌이는 한과 원료인 반데기(찹쌀가루를 반죽한 뒤 발효 건조한 것) 2㎏을 통에 퍼와 유채기름이 펄펄 끓는 유탕기에 쏟아부었다. 로봇은 사람 손에 해당하는 그리퍼에 부착돼 있는 통으로 원료 계량과 투입 작업을 오차 없이 정확하고 매끄럽게 진행했다. 수십 년 일한 숙련공에 뒤지지 않는 실력이다.

이어 갑순이는 자신의 그리퍼에 달린 직경 90㎝ 원통에 반제품 유과 3㎏ 담아 뒤집기와 흔들기 작업을 한 뒤 유탕기로 옮겼다. 기름 먹은 유과는 무겁고 뜨거워, 예전에는 같은 작업을 3명이 1㎏씩 나눠서 했다. 유탕은 직원들이 30~40분마다 교대로 투입될만큼 힘든 작업이다. 유탕기가 130~18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뜨거운 데다 펄펄 끓는 기름통에 원료를 넣어 튀기는 작업이라 화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방씨는 “로봇이 투입된 뒤부터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 우리는 제품의 완숙도를 체크하고 혹시 작업 중 발생한 하자만 파악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과공장 포장라인에서 15일 로봇 돌쇠가 박스를 옮기고 있다.

한과공장 포장라인에서 15일 로봇 돌쇠가 박스를 옮기고 있다.

이 공장에는 포장라인에 로봇 ‘돌쇠’도 있다. 힘을 써야하는 공정에 투입된 돌쇠는 시간당 200~300 상자를 쌓아 올렸다. 2~3명이 투입돼야 소화할 수 있던 작업량이다. 이 공장의 로봇 설치 비용은 대당 2억원. 정부가 70%를 지원해 이달부터 가동됐다.

국내 전통식품산업 분야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한과 로봇은 전북 전주 캠틱종합기술원이 한국식품연구원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식품·기계 전공자 20여명이 머리를 맞대 1년간 매달려 내놓은 결실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로봇이 전통식품 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도우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들쑥날쑥하던 품질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코로나19 시대에 바이러스 등 감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캠틱종합기술원 정우석 박사는 “그동안 로봇개발은 자동차, 뿌리 산업 등 기계 관련 업종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며 “앞으로 손길이 많이 가는 식품산업 분야에서 사람과 협동하는 로봇을 개발해 우리 전통식품의 맥을 잇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권유중 정일품 대표(57)는 “가장 어렵고 힘들고 까다로워 3D로 기피하던 유탕·포장 라인에 로봇이 도입되면서 인력 투입이 반으로 줄고 전체 작업 효율은 2~3배 높아졌다”면서 “일손에 여유가 생기면 유과 등 전통 제수품 일색이던 상품을 웰빙 한과 스낵·과자 등의 신제품을 개발해 신세대를 겨냥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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