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포 됐다" 간첩단 사건 재심 청구하던 80대 노인 지병으로 숨져

전현진 기자
1971년 9월23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간첩단 검거 기사. 하단 빨간 네모칸이 서모씨다. 서씨는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한 뒤 다투다 지난 15일 사망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71년 9월23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간첩단 검거 기사. 하단 빨간 네모칸이 서모씨다. 서씨는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한 뒤 다투다 지난 15일 사망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70년대 일본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다 재심 청구 절차를 밟던 80대 노인이 사망했다. 조작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끝내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이다.

치매 질환을 앓다 지난 15일 사망한 서모씨는 197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서씨는 1936년 11월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 보낸 뒤 1958년 일본으로 넘어갔고, 대학을 마친 뒤 국내에 입국했다 간첩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공소사실을 보면, 서씨는 1964년 일본에서 조총련 구성원이 운영하는 신문사에서 일하다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북한에 다녀왔고, 지식인 및 학생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아 국내 침투해 기밀을 탐지하려다 검거됐다.

1971년 9월23일 경향신문 7면 ‘무장봉기 획책 간첩단 7개망 17명 타진’ 보도를 보면 서씨는 ‘같은 해 9월17일 서울 부산 등지에서 육군보안사령부에 의해 검거된 간첩단 일당’ 중 한 사람이었다. 함께 검거된 이들은 대부분 서씨처럼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거나 재일교포였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지만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서씨는 수사과정에서 불법체포·구금됐고, 고문·가혹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했으며,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 수사관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2017년 재심을 청구했다. 가장 중요한 재심 청구 사유는 구속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구금됐다는 점이었다. 수사기록에 적힌 서씨의 구속 일시는 9월25일이지만, 1971년 9월23일 보도는 보안사가 9월17일 그를 검거한 것으로 돼 있다. 서씨의 공소 기록에는 이미 수개월 전 검거됐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그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고, 지난 6월 서울고법도 항고를 기각했다. 재심 사유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1심 법원은 당시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서씨가 9월17일 체포됐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그가 체포·구금이 아닌 임의동행 방식으로 다른 간첩 수사에 협조해왔을 수 있다며 “자발적 의사에 의해 보안사에 동행했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서씨는 재항고해 대법원이 심리 중이지만 그의 사망으로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16일 “검거일과 구속일이 다르다는 증거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재심을 받지 못하다 결국 돌아가셨다”며 “진실화해위원회 등 통해서라도 명예회복하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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