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소멸 메타버스(2)

지하철 대신 네트워크를 타고 출근합니다

유명종 PD

“‘교통’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출근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겁니다. 꼭 IT 기업이 아니더라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메타버스 근무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사무실을 대신할 메타버스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5년 안에 모든 직원이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가상 커뮤니티 서비스인 ‘호라이즌 워크룸’, 가상현실(VR) 기기만 갖추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인피니트 오피스’도 마련했다.

서울 강남역사거리 근처 직방이 실제 사용했던 건물 모습(좌). 메타폴리스 속 직방 사옥 모습(우)

서울 강남역사거리 근처 직방이 실제 사용했던 건물 모습(좌). 메타폴리스 속 직방 사옥 모습(우)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 ‘메타폴리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 ‘메타폴리스’

한국에도 전 직원이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회사가 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은 본사를 지난 7월 서울 강남역사거리에서 ‘메타폴리스’로 이전했다. 건물의 외형은 강남의 30층 짜리 본사 사옥과 똑같다. 하지만 이전엔 세들어 살았지만 지금은 건물주다. ‘메타폴리스’는 직방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7개 층을 임대해 사용 중이다. 이곳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도 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출근한 사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직방의 프로그램을 설치해 허가된 아이디와 비번을 받아 메타폴리스를 찾아가봤다.

접속하자 가장 먼저 아바타 선택 화면이 뜬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정하면 원래 본사 건물이 있었던 강남역사거리 빌딩 숲이 나온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아바타를 건물 안으로 이동시키는데 다른 아바타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뛴다. 1분도 걸리지 않는 출근길. 9시에서 9시 반 사이 대부분의 아바타가 출근을 하고 있었다. 메타폴리스는 한 층에서 300명 정도까지 일할 수 있다. 4층과 5층은 사무실, 6층은 라운지다. 이남일 직방 부사장은 “확장성은 무한대”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당장 내일 1000명의 인원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해도 바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폴리스 5층에 위치한 직방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아바타가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kr

메타폴리스 5층에 위치한 직방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아바타가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kr

아바타와 아바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상대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는 웹캠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이크가 작동돼 소통할 수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kr

아바타와 아바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상대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는 웹캠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이크가 작동돼 소통할 수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kr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사무실에 내리자 수많은 가상 테이블과 회의실에서 아바타들이 근무 중이다. 아바타 머리 위에 직원의 이름과 소속 팀이 떠있다. 아바타와 아바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상대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는 웹캠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이크가 작동돼 소통할 수 있다. 팀별로 앉아서 일하는데 옆 사람이 통화하는 소리, 커피 마시는 소리도 현실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다 들을 수 있다. 김태길 사내문화 팀장은 “마이크를 꺼서 소리를 차단할 수도 있고, 일에 집중하려면 카메라도 끌 수 있다. ‘방해금지모드’를 켜서 ‘방해하지 말라’는 표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비긴즈>의 저자이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승환 팀장은 직방의 사례가 ‘게임’을 넘어서 ‘경제’로 향한 메티버스의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말한다. 그는 “메타버스가 게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공간으로 들어왔다”며 “모든 기업군들이 영구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지만 재택 근무 비중은 늘어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동료를) 만나는 일이 많아 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이 아닌 네트워크 망을 타고 출근하는 직원들은 이같은 근무 시스템을 어떻게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 지하철 9호선 객차에 출근길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정지윤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 객차에 출근길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정지윤기자

지하철로 왕복 2시간씩 출퇴근을 했던 직방의 신현식 CR팀 직원은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으로 이동하며 괴로웠는데 지금은 너무 편하다. 두 시간이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된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값지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와야 했던 지원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면접과 입사 후 교육도 ‘메타폴리스’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채용을 담당하는 최동한 리쿠르터는 “비대면이다 보니 (채용 과정의) 부정행위의 우려도 있지만 지엽적인 문제이고 장점이 많다”며 “다양한 국내 지역은 물론 해외 거주자도 면접을 보고 입사한다. 지역에 제한 없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근무가 국가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여선웅 커뮤니케이션실 부사장은 “한국은 서울 집중이 사회적 문제”라며 “메타폴리스와 같은 공간이 많아지면 직장 때문에 굳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 ‘경계의 소멸 메타버스 시리즈’를 자세히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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