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에게 '지원금'보다 작품 선보일 '기회'를···마포아트마켓은 올해도 계속된다읽음

류인하 기자
제4회 마포아트마켓 선정작 박나은 작가의 ‘옹기종기’. 마포구 제공

제4회 마포아트마켓 선정작 박나은 작가의 ‘옹기종기’. 마포구 제공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예술가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어렵게 준비한 무대는 관객을 만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작가들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사장되기 일쑤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 데뷔 역시 2년째 미뤄진 상태다.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마켓’에 미술계 신진작가부터 원로작가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와 경력을 따지지 않고 서류 및 작품 심사만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24일부터 26일까지 서교동 ‘엷은남빛 갤러리’에서 ‘마포아트마켓’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마포아트마켓에 참여하는 작가는 50명으로, 최대 150개 작품이 429㎡ 규모의 대형 전시장에 전시될 예정이다.

미술학원 강사인 박성희씨(53)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포아트마켓에 작품을 응모했다. 박씨에게 작품 활동은 도전과 같았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육아와 생계 문제로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접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작품 활동이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개인전을 열 형편도 되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해 마포아트마켓에 지원해 작품이 선정되고서야 ‘내가 엉터리는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내 이름을 건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박씨의 작품은 올해도 마포아트마켓 전시작으로 선정됐다.

제4회 마포아트마켓 선정작 박성희 작가의 ‘지금 이순간’. 마포구 제공

제4회 마포아트마켓 선정작 박성희 작가의 ‘지금 이순간’. 마포구 제공

순수하게 작품으로 선택 받고 작품이 팔리는 경험은 예술인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작품 전시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 됐다. 마포구가 마포아트마켓을 통해 신진작가 발굴 및 작품판로 확보에 주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포아트마켓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예술인들에게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경험을 주는 데 방점을 뒀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전시를 쉬지 않았다. 마포아트마켓은 2018년 첫 개최 이후 올해 제4회째를 맞는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한 작품 모집에는 불과 열흘만에 100명이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67명)보다 33명 많은 규모다. 이들은 총 276점 작품을 제출했다. 스무살 대학생부터 72세까지 연령폭도 넓었다.

마포아트마켓에 작품을 선보일 작가는 마포아트마켓 신진작가 선정심사위원회가 서류심사와 작품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현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신진 미술작가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나이와 지역 제한도 없다. 다만 개인전 개최 경력이 없는 사람을 우선으로 둔다. 마포구처럼 매년 신진작가를 발굴해 전시는 물론 판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마포아트마켓에는 작품이 판매되면 미술관이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기존 미술품 시장의 관행도 없다. 선정된 작가는 작품전시 기회와 함께 작품판매 대금을 별도 수수료 없이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전시의 목적이 순전히 신진작가 창작활동과 미술작품 유통 활성화를 돕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전시기간 동안 작가가 전시장에 나와 작품을 관리하고 해설하는 데 필요한 지원금 20만원도 별도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제4회 마포아트마켓이 열릴 예정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엷은남빛 갤러리’ 내부 전경. 마포구 제공

제4회 마포아트마켓이 열릴 예정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엷은남빛 갤러리’ 내부 전경. 마포구 제공

마포구는 올해 전시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빙 구축도 처음 시도한다. VR실감형 사이버전시관을 열어 코로나19로 인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비대면 관람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마포아트마켓이 새로운 출구가 되어 (예술가들이) 더 높고 멀리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문화예술계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구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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