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가” 폭언에 실적 압박도…줄지 않는 IT업계 직장 갑질

조문희 기자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갑질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IT갑질신고센터(센터)에 최근 한 달간 제보된 갑질 사례가 21건이라고 22일 밝혔다. 센터는 판교 IT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IT공대위)가 변호사, 노무사, 노동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한 단체다.

센터가 8월11일부터 9월10일까지 갑질 사례를 제보받아 분석한 결과 제보 사례 21건 중 폭언·모욕이 9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 일부는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상사와 업무 분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적 압박, 성과 강요 사례도 7건이었다. 대표와 임원이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발언하는 식이다. 한 피해자는 사업 기간이 2년인 프로젝트를 3개월 안에 마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사소한 잘못에도 ‘회사를 때려치우라’며 윽박지르고,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하라’고 합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일을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한 피해자는 “당시 팀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나고 새 팀장이 왔는데, 새 팀장이 나를 찍어 업무를 배제하기 시작했다”면서 “면담에서 조직에 불만이 많은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며 팀을 떠나라고 했고, 추가 업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업무량 조정을 요청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IT 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처럼 직장 내 갑질 문제를 방치한다면 노동자들의 고통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국회는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 총수들을 불러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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