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게 편안한 소파·침대란?···서울시, 전국 최초 '유니버설디자인 가구 가이드북' 개발

류인하 기자
어르신 소파(왼쪽)와 어르신 침대(오른쪽) 예시. 서울시 제공

어르신 소파(왼쪽)와 어르신 침대(오른쪽) 예시. 서울시 제공

하루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소파와 침대 등의 가구는 일상을 보조하는 기능을 하지만, 어르신의 신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구는 어르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멋을 강조한 뾰족한 가구 모서리나 미끄러운 가구 표면 등은 어르신 낙상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어르신 안전사고 10건 중 6건은 집 안에서 발생했다.

서울시는 잠재적 위험을 최대한 제거하고, 어르신들이 보다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가구 가이드북’을 전국 최초로 개발·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눈이 어두워지고, 다리 관절이 약해지며 허리가 굽기 시작하는 신체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 누구나 보편적으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침대와 소파에 제시한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어르신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인 ‘노인지원주택’에 거주하는 1인가구 어르신의 참여와 협조를 통해 개발됐다. 어르신의 생활양식, 가구 이용방식 등을 직접 관찰하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관련분야 전문가 자문과 도구개발 검증 등의 과정도 거쳤다.

핵심은 어르신의 신체변화를 반영한 디자인이다. 노인성 질환으로 근력이 약해진 어르신들은 낙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신체활용도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건강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동 시 침대 손잡이를 잡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한 침대 디자인(왼쪽)과 소파에서 일어날 때 발 받침대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소파디자인(오른쪽). 서울시 제공

이동 시 침대 손잡이를 잡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한 침대 디자인(왼쪽)과 소파에서 일어날 때 발 받침대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소파디자인(오른쪽). 서울시 제공

어르신을 위한 가구 디자인은 약해진 근력을 보조할 수 있는 지지대 설치를 적극 반영했다. 소파는 앉았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을 수 있도록 어르신의 무릎 높이가 되도록 제작했다. 소파 바깥쪽은 지지대 역할을 하는 팔걸이를 설치하고, 안쪽은 소파 머리를 접었다 펼칠 수 있는 방식의 접이식 선반으로 구성해 어르신이 일어서거나 앉을 때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돕는 지지대로 활용하도록 했다.

침대는 눕고, 앉고,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다목적 손잡이를 설치했다. 손이 닿는 곳에 자주 쓰는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선반설치도 제안했다. 침대 하부에는 센서조명을 설치해 어르신이 침대 바깥으로 발을 내밀었을 때 불을 밝혀 어둠 속 사고를 방지하도록 했다.

모든 가구는 모서리 부딪힘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둥글게 만들었다. 가구 구성요소 중 돌출부위는 최소화해 자칫 어르신의 발이 걸리는 요소가 없도록 했다.

서울시가 제작한 이번 가이드북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제공된다. 가구 디자이너나 제작·판매업 종사자는 가이드북을 참고해 어르신을 위한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일반 소비자 역시 어르신이 사용할 가구를 점검하거나 새로운 가구를 구매할 때 활용가능하다.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에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서울시 e-book 홈페이지(http://ebook.seoul.go.kr)에 관련 자료를 게시했다.

어르신 침대 곳곳에 구현한 유니버설 디자인. 침대 머리맡이나 침대옆에 거치대를 설치해 큰 이동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왼쪽), 침대 하부에 센서등을 설치해 어둠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오른쪽) 했다. 서울시 제공

어르신 침대 곳곳에 구현한 유니버설 디자인. 침대 머리맡이나 침대옆에 거치대를 설치해 큰 이동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왼쪽), 침대 하부에 센서등을 설치해 어둠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오른쪽) 했다. 서울시 제공

어르신 소파 실제 모습. 팔걸이를 바깥에 설치하고(왼쪽), 소파 안쪽에는 접이식 선반을 설치해 선반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몸 지지대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제공

어르신 소파 실제 모습. 팔걸이를 바깥에 설치하고(왼쪽), 소파 안쪽에는 접이식 선반을 설치해 선반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몸 지지대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제공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혼자 사는 1인가구 어르신이 늘어나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정 내 환경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면서 “가이드북을 토대로 더 다양한 기능과 형태를 가진 제품이 개발돼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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