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불로소득 멈춰라" 시민단체가 용산정비창 점거한 이유는

조해람 기자
빈곤사회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한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기습 기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보다는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100% 공공주택 공급을 주장했다. /강윤중 기자

빈곤사회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한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기습 기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보다는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100% 공공주택 공급을 주장했다. /강윤중 기자

“오늘 우리가 이곳을 점거합니다!”

51만2138㎡(약 15만5000평)에 달하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부지인 용산구 용산정비창 공터에 시민단체 활동가 7명이 기습적으로 들어섰다. 허허벌판 위로 이들이 펼친 가로세로 10m짜리 대형 플래카드엔 ‘소유가 아닌 거주를, 주거불평등 여기서 끝내자’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공터를 둘러싼 허름한 판잣집들 너머로는 40층 높이 대형 호텔과 빌딩들이 높이 솟았다. “이 비싼 땅에 언제 다시 들어와볼까요. 한번 누워나 봅시다.” 사회자의 제안에 활동가들은 플래카드를 깔고 오각형 집 모양으로 누웠다.

오는 4일 ‘세계 주거의 날’을 앞둔 1일 오전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는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를 점거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주거·부동산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영끌’과 ‘패닉바잉’이라는 각자도생 부동산 투기로 내달리게 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가장 큰 공공부지인 용산정비창을 비롯한 공공택지는 100% 공공이 보유하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축구장 70개 규모인 이 부지에 주택 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8000호는 분양주택과 오피스로, 2000호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성장현 용산구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이 지구에 주택 대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2007년 추진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까지 불렸지만 시행을 맡은 드림허브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2013년 부도를 선언하면서 중단됐다.

빈곤사회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한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기습 기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보다는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100% 공공주택 공급 등을 주장했다. /강윤중 기자

빈곤사회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한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기습 기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보다는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100% 공공주택 공급 등을 주장했다. /강윤중 기자

이날 부지를 점거한 활동가들은 주거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지구 대신 100%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의 개발계획은 결국 민간에 투기이익만 남겨 줄 뿐이라는 것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모든 개발에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건 민간 수익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이라고 말했다. 감리교신학대 학생 최하은씨는 “옥탑방과 반지하도 최소 1억원의 전세보증금이나 매달 수십만원의 월세가 필요하다”며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청년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가장 먼저 배운다. 누구도 집 때문에 소외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주택 시장은 골동품시장처럼 몇 년이 지나면 가격이 2배가 뛴다”며 “로또에 편승하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안다. 임대주택 공급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대장동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단기간에 투기욕망을 실현하고 있나”라며 “이 땅에서 그런 돈이 10원도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다주택자 상위 20명이 총 8327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땅과 집의 독점체제는 우리의 주거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탐욕의 부동산 정치는 집을 소유할 수 없는 이들과 열악한 거처에서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투기적 소유를 향한 경주는 소수의 부동산 권력들에 더 많은 독점과 불로소득을 안겨줄 뿐”이라며 “민간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불로소득으로 몰아주는 개발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빈곤사회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한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기습 기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보다는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100% 공공주택 공급 등을 주장했다. /강윤중 기자

빈곤사회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한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기습 기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보다는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100% 공공주택 공급 등을 주장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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