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발바닥에…” 윤석열 왕(王)자 풀이 무속인의 말

정용인 기자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경선 토론에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뒤, 뜻 풀이라며 화제를 모은 무속인 유튜브 영상. 지난해 12월에 올라온 영상이다. /유튜브 캡처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경선 토론에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뒤, 뜻 풀이라며 화제를 모은 무속인 유튜브 영상. 지난해 12월에 올라온 영상이다. /유튜브 캡처

[언더그라운드.넷] “여기가 전 검찰총장이 다녀가신 곳이라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10월 초 급떡상한 유튜브 영상이 있다. ‘누구나 가능한 셀프부적이 있다?’라는 제목의 한 무속인 출연 영상.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참여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의 왕(王)자가 논란이 되자 그에 대한 해설을 담은 영상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말에 나온 영상이다. 10개월 전이다.

누리꾼의 ‘성지순례’ 댓글에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다”고 하는 증언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이 최신유행을 유튜브 알고리즘도 눈치챈 것 같다.

아무튼 영상을 보자. 영상 속 무속인이 제시하는 셀프부적 처방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는 것만 아니다.

천(天)자는 “면접, 재판, 소개팅 등 용기가 필요할 때, 회사 등에서 중요한 브리핑을 할 때” 유용하다. 일(日)자는 “시험을 보러갈 때, 혹은 구설이 따르는 모임, 파티나 연회석에서 인기를 얻고 싶을 때” 쓴다. 세 번째로 제시하는 것이 왕(王)자다. “말발이 달리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가야 할 때” 쓰는 비방(秘方)이다.

8분여 영상 끝엔 ‘셀프부적 사용법’이 있다. 1)나침반으로 동쪽을 확인한 뒤, 2)마음을 가다듬고 서서 숨을 고르며 구체적인 염원을 하고, 3)숨을 멈췄다가 깊게 들이마신 후 양손에 숨을 뱉는다. 4)오른손으로 왼손에 상황에 맞는 글자를 쓰는 것이다.

잠깐, 윤 후보께선 매직으로 손바닥에 썼는데?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5차 토론방송 중 윤석열 전 총장이 다른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와중 손바닥에  ‘왕(王)’자가 적혀 있는 것을 누리꾼들이 포착해 논란이 되었다. /유튜브 캡처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5차 토론방송 중 윤석열 전 총장이 다른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와중 손바닥에 ‘왕(王)’자가 적혀 있는 것을 누리꾼들이 포착해 논란이 되었다. /유튜브 캡처

하여튼 궁금했다. 자세한 것은 이 무속인에게 물어보자.

10월 5일, 경기도 파주에서 기자를 만난 영성암 혜령(그는 자신이 40대 후반이라고 밝혔다)은 “그 사건 후 며칠간 상담을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윤 후보나 윤 후보 부인으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거나 코치한 사실은 없다.

“제가 만약 코치했다면… 발바닥에 지워지지 않게 매직으로 쓰라고 했을 것 같아요.”

웬 발바닥? “발바닥은 우선 제2의 심장이잖아요. 뭐든지 뛰게 하는 것이 심장이니까. 그리고 지금 대통령이 뭡니까. 옛날에야 나라님이 백성들 위에 있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으니 백성들을 받들어 모셔야 하잖습니까.”

그는 “이 양반(윤석열)이 심리적으로 조금 불안정하지 않나”라고 풀이했다.

“지금 그 양반 상황이라면 나라도 그렇게 할 것 같아요. 어떤 기자가 물어보길래 내가 거꾸로 물어봤거든요. 이게 주술적인 방법도 아니고, 막말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기자님도 무슨 큰 면접을 본다든가 할 때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냥 재미삼아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데. 그게 사람 심리예요. 내 마음의 위안을 얻거든. 그런데 그게 뭐가 잘못됐어요.”

뭐 그렇다 치자.

윤 후보 측은 논란이 일자 “왕(王)자는 스스로 쓴 것이 아니라 동네 할머니들이 토론 잘하라는 뜻에서 써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네라고 했지만 그냥 평범한 서민동네가 아니다. 윤 후보가 사는 곳은 강남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다. 저 동네사람들이 부자가 된 비법은 다 저런 믿음 덕분?

“정말 그런 할머니들 있어요. 윤 후보가 사는 아파트를 가보면 알겠지만 1층이 상가로 주상복합건물입니다.”

10월 6일 통화한 윤 캠프 관계자의 말이다. 자신도 캠프 업무 때문에 윤 후보가 사는 아파트를 가봤는데, 1층 찻집 같은 데 할머니들이 모여 한담하며 소일하는 경우를 꽤 봤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들이 윤 후보 보고 힘내라고 써주는데 어떻게 물리칠 수 있어요. 정치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닙니까.”

궁금하다. 왕(王)자를 써줬다는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응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화제를 낳고 있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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