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엔 침묵, 성소수자는 처벌…군대는 '평등의 문' 열어라"읽음

조해람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성소수자 인권단체회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세계 커밍아웃의 날을 맞아 군형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성소수자 인권단체회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세계 커밍아웃의 날을 맞아 군형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세계 커밍아웃의 날’인 11일 인권단체들이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을 폐지하라고 정치권과 군 당국에 촉구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와 기본소득당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은 묵인하고 동성애만 처벌하는 군형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세계 커밍아웃의 날은 1987년 10월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게이-레즈비언 권리 행진’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들은 성소수자 군인을 형사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군인에게)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들은 이 조항이 “동의 여부가 아닌 특정 체위를 추행으로 분류해 처벌하는 조항”이라며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고 처벌하는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육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성소수자 군인 색출에 나서 23명을 입건하고 A 대위 등 9명을 기소했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위원장은 “한국에서 커밍아웃은 언제 어디서든 쉽지 않지만 그게 범죄가 되는 유일한 곳이 군대”라며 “60년 된 법이 항문성교와 동성애를 동일시하며 추행죄를 정의함으로써 동성애를 탄압하는 악법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성소수자 인권단체회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세계 커밍아웃의 날을 맞아 군형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성소수자 인권단체회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세계 커밍아웃의 날을 맞아 군형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군이 동성애는 처벌하면서 정작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건 등 성범죄에는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노 위원장은 “왜 누구에게도 피해를 안 준 A 대위는 처벌받고 고 변희수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당했는지, 왜 공군의 초동 수사 지휘라인은 한 명도 처벌이 없었는지 국방부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활동가는 “군 내 여성이 겪는 일상적인 성희롱 성차별은 신고, 심의, 조치, 통계, 예방체계조차 없다”며 “이 중사 사건 해결을 지연한 수사 책임자는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아니라 낮은 군인의 인권과 처우”라며 “성폭력 사건들에는 보여주기식 수사와 제 식구 감싸는 판결로 대응하면서,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처벌하는 군 자신이야말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군형법 제92조6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여군에 대한 권력형 성폭력과 2차 가해에는 작동하지 않으면서 합의된 동성 관계만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와 군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방부는 평등의 문을 열고 나오길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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