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채용, ‘역차별’ 논란도 있지만…“지역서 성장하고 정착하게 하는 ‘댐 기능’ 성과”

최민지 기자

정부·여당, 비중 확대 방침

“공부 열심히 해서 ‘인서울’ 하라고 해놓고 왜 공부 못한 애들한테 혜택을 줘야 해요?”(광주 출신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 A씨)

“지역 인재는 대학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어디서 나고 자라느냐는 선택이 아니지만 대학은 내가 택할 수 있는 거잖아요.”(충남 출신 충남 소재 대학 재학생 B씨)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전형(지역인재 전형)이 도입 4년째를 맞았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이 제도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신규인력 일정 비율을 지역 인재(기관 소재 대학의 졸업생)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최근 정부·여당이 현재 30% 수준인 의무 채용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차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역인재 전형이 지역 인재 유출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나주로 이전한 이후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남대 전기학과 합격 커트라인이 서울 중상위권 대학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선대 법학과 김재형 교수는 “지역 인재 채용은 지역에서 성장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댐 기능을 한다”고 평가했다.

2018~2020년 지방 이전 공공기관별 지역인재 채용 실적을 보면, 130개 공공기관에서 최근 3년간 지역 인재 4470명을 채용했다. 전체 채용 인원(1만7116명)의 26.1%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들이 경력직과 석사학위 이상 연구직 등 예외조항을 두는 방법으로 신규인력의 90% 이상을 외부 인재로 채우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공정’ 이슈의 불똥이 지역인재 전형으로 튀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21학년도 비수도권 대학 상당수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지방대학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인재 전형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역인재’에 대한 정의도 점차 바뀌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비수도권 의대·한의대·약대·치의대·간호대 ‘지역인재’ 전형의 기준을 2028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해당 대학 지역 소재 고등학교 졸업’에 ‘비수도권 중학교 졸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자치단체들도 지역인재에 대한 지원을 ‘지역에 정주할 인재’로 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 양산시는 지역 출신으로 서울 주요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4년간 160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지난 7월 폐지했다. 특정 대학에 장학금을 주는 것 자체가 차별인 데다,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청년들이 결국은 수도권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향토장학금’을 줘봐야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판단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지역인재에 대한 개념을 출생지를 떠나 지역에 계속 머무르며 터전을 일구는 사람이라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역인재 채용이 일부 엘리트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등 청년들의 수도권 지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좋은 일자리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임 연구원은 “지역인재 채용을 놓고 공정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결국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정주의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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