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간첩 조작’ 피해자 유우성씨 보복 기소한 검찰에 “공소권 남용”

전현진 기자

대북송금 혐의 기소유예 됐다 4년 후 다시 기소

항소심 “위법”…검 ‘공소권 남용’ 인정 첫 사례

유우성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우성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검찰이 불법으로 북한에 돈을 보낸 혐의를 걸어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기각한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한 첫 사례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가 2007년∼2009년 8월까지 ‘환치기’ 수법으로 26억원의 대북 송금업무를 대행한 혐의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유씨가 초범이고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2010년 3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유씨는 3년 뒤 검찰의 수사를 또 받았다. 이번에는 간첩 혐의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13년 1월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유씨는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2014년 5월 탈북자를 가장해 서울시 공무원에 임용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와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유씨를 별건 기소했다. 검찰이 한 번 기소유예한 불법송금 건을 되살려낸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유씨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보복 기소’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씨를 기소한 건 안동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검사)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에는 이두봉 형사2부장(현 인천지검장), 신유철 1차장, 김수남 지검장(이상 현 변호사)이 있었다.

1심에서는 유씨에 대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대북송금 혐의로 유씨를 재판에 넘긴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공소기각 판단했다.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은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이 밝혀지고, 공판 검사들이 징계를 받는 등 일련의 과정 직후에 이 사건을 기소했다”며 “기존의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2010년으로부터 4년이 지나 이 사건을 기소했는데, 종전 사건 처분을 번복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았음이 명백하므로 현재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권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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