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 50억원 숨긴 '고지거부'··· 제도 개선 수년째 제자리

조형국·김유진·이수민 기자
곽상도 무소속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과 관련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곽상도 무소속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과 관련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31)가 7년 근무한 화천대유에서 성과급·퇴직금·산업재해위로금 등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공식 문서상에 기록된 곽씨의 재산은 ‘0원’이었습니다. 2017년 1억1084만원의 예금 재산을 공개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후 매번의 재산신고에서 곽씨는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한 고발장에 곽씨의 퇴직금 50억원이 담겼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를 곽씨가 인정하면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고위공직자는 매년 재산변동상황을 신고하면서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함께 공개해야하지만, 일정한 요건 하에서 부모·자식의 재산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의 경우, 자녀가 독립생계 소득기준을 충족하고 최소 1년 이상 별도 세대를 구성해야합니다. 올해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국회의원 자녀의 경우, 2인 가구가 185만3000원의 독립생계 소득기준을 충족하면 됩니다.

■자녀 재산을 가린 이들 47명, 드러낸 이들 205명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2011년 이후 국회의원들의 재산신고 내역을 들여다본 결과 직계비속의 재산을 숨기는 의원들은 이번 국회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3월 정기 재산신고를 기준으로 총 47명의 국회의원이 자녀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는데, 이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20년 77명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결과였습니다. 직계비속이 있는 의원 중 자녀 세대의 재산을 비공개한 의원의 비율은 올해 18%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임기 초 비공개 비율이 낮았다가 임기 말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 재산을 공개한 의원과 공개하지 않은 의원은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자료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정리한 ‘고위공직자 재산 정보공개’를 활용해 분석했습니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숨긴 '고지거부'··· 제도 개선 수년째 제자리[다이브]

21대 국회에서 자녀의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한 의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숨긴 '고지거부'··· 제도 개선 수년째 제자리[다이브]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의원 168명 중 11.3%(19명), 국민의힘은 103명 중 20.3%(21명)가 자녀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습니다. 직계비속의 재산을 공개한 의원 205명의 평균 본인 재산은 31억6996만원, 직계비속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전·현직 의원 47명의 평균 본인 재산은 46억1687만원이었습니다. 연도별 그래프에서도 자녀 재산을 공개한 의원들과 공개하지 않은 의원들의 재산 격차가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직계비속 재산 정보를 공개한 의원들과 공개하지 않은 의원들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또다른 요소는 ‘선수’였습니다. 47명의 평균 당선횟수가 2.6회인 반면, 205명의 평균 당선횟수는 1.9회였습니다. 4선 이상 의원은 47명 중 14명, 205명 중 16명으로 자녀 재산을 공개한 의원 집단과 비공개한 의원 집단의 규모가 비슷했습니다.

왜 이같은 차이가 발생할까요. 선수가 높을수록, 장성한 자녀가 독립생계를 꾸릴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선 의원일수록 축적된 본인 재산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합니다.

반례도 적지 않습니다. 5선의 설훈 민주당 의원은 장남 설상익씨(35)의 재산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5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4선의 김상희 국회부의장, 4선의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자녀의 재산을 모두 투명하게 밝혔습니다.

병무청 고위공직자 병역사항열람으로 병역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의 자녀(장·차남)의 생년을 확인한 결과 자녀 재산 내역을 공개한 153명의 아들들은 평균 나이가 28세였습니다. 1982년생(39세)부터 2013년생(8세)까지 연령별로 넓게 포진한 영향입니다. 반면 자녀 재산 내역을 비공개한 32명의 아들들은 평균 나이가 36세였습니다. 1977년생(44세)부터 2000년생(21세)이었습니다. 이 중 나이가 가장 어린 국회의원 자녀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21·예명 노엘)였고,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31)는 4번째로 어렸습니다.

의원 선수가 높지 않거나 자녀가 비교적 어릴 때도 재산을 비공개한 경우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공교롭게 최근 자녀 문제로 논란을 겪은 의원들이 자녀 연령이 낮고, 재산을 비공개한 점이 눈에 띕니다. 곽 의원의 경우 ‘독립생계’를 이유로 아들의 재산 신고를 거부했지만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50억원을 곽 의원에게 준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자녀 재산, 투명하게 밝히는 게 트렌드

직계비속 재산 고지거부를 택한 의원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거꾸로 자녀의 재산을 투명히 밝히는 의원들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자녀 재산을 공개한 의원들의 본인 재산 총합 대비 직계비속(장남·녀, 차남·녀, 손자·녀 등) 재산 비율은 2012년 이후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습니다. 특정 개인의 자산 변동이 전체 추세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5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의원들은 제외했습니다.

곽상도 아들 50억원 숨긴 '고지거부'··· 제도 개선 수년째 제자리[다이브]

재산의 세부내역에서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입니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한 결과 의원들의 건물 재산은 1%(2467억8037만원 → 2511억4301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자녀들의 건물 재산은 88%(78억9399만원 → 148억6560만원) 늘었습니다. 자녀 건물 재산 증가액이 큰 상위 10건 중 3건이 증여(김홍걸 무소속 의원, 박정 민주당 의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였습니다. 다주택자 의원 전수조사 등 부동산 폭등으로 악화된 여론이 의원들의 재산 변동에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자녀들의 재산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서 불거진 곽상도 의원 부자입니다. 재산공개로 확인되는 2017년 곽상도·곽병채 부자 재산은 각각 21억7485만원과 1억1084만원. 이후 곽 의원의 재산은 2018년 22억5121만원, 2019년 24억7454만원, 2020년 26억2594만원, 2021년 31억5461만원으로 늘었습니다. 한편 곽병채씨는 2017년 1억1084만원 재산 신고 후 독립생계를 이유로 매년 고지를 거부했습니다. 재산을 확인할 수 없는 기간 동안 곽씨의 수입을 0원으로 가정하더라도, 4년간 아버지의 재산이 10억원 늘어날 때 아들의 재산은 28억원(50억원 원천징수 후 남은 금액)이 늘어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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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걸까

국회에서는 회기마다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거부를 막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2012년에는 이상민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2019년에는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이 각각 고지거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이 2019년 발의한 법안도 직계존·비속의 직종·직장명·고용형태나 직위 등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독립생계를 이유로 공직자 책임을 회피하고 재산을 빼돌리는 등 제도를 악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직계비속 재산공개가 문제가 되는 사람은 고위공직자를 안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독립생계를 이어가는 자녀 재산을 강제로 공개하게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과거 발의된 법안에 대해 ‘과도한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법 체계와 맞지 않다’, ‘현실적으로 고지거부가 불가피한 직계존·비속이 있을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법제연구원은 2010년 쓴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입법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고지거부는 폐지하되, 직계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키도 했습니다. 공직의 투명성과 개인의 사생활 보장을 아우를 수 있는 대안 모색은 이미 10년 전부터 있었던 겁니다.

법안 논의가 공전하는 사이, 현행 제도로는 ‘50억 퇴직금’을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재산 고지거부가 논의돼야할 이유입니다.

<다이브(Dive)는 데이터(Data)의 세계 속으로 뛰어든다(Dive)는 의미로,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숨겨진 의미와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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