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위원회 여성 비율 '역대 최다' 43%라지만···실제론 31%

이하늬 기자

권인숙의원 544곳 전수조사

[단독]정부위원회 여성 비율 '역대 최다' 43%라지만···실제론 31%

중앙정부 산하 544개 법정 정부위원회의 위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고위공무원단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공직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은 정부위원회 구성시 당연직은 제외하고 ‘위촉직’에 한해서만 성비 불균형을 맞추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행정기관의 법정 정부위원회 544개 전체 위원 성비를 전수조사해 17일 공개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위촉 위원’의 10분 6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법에 따라 정부위원회 위촉직의 성비는 조사하고 있지만, 당연직까지 포함한 성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법정 정부위원회 544개의 위촉직과 당연직 위원을 모두 포함한 여성 참여율은 31.2%로 나타났다. 전체 위원 중 여성 비율이 40%에 미달하는 위원회는 544개 중 398개(73.2%)에 달한다. 지난 9월 인사혁신처는 정부위원회 위촉직 여성 비율이 43.2%(2020년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당연직은 제외하고 있어 ‘반쪽’의 현실만 보여준 셈이다.

특히 경제와 외교안보 부처에서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소관 위원회가 5개 이상인 부처 중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곳은 산업통상자원부로, 34개 위원회의 여성 참여율은 평균 22.8%로 나타났다. 위촉직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 조사에서도 산업부의 여성 위원 비율은 35.3%로 양성평등기본법의 40% 기준을 밑돌았다. 이어 금융위원회(24.0%), 기획재정부(24.9%), 고용노동부(27.5%) 등의 여성 참여율도 저조했다. 소관 위원회가 5개 미만인 부처 중에는 외교부와 방위사업청의 여성참여율이 각각 7.5%, 8.0%로 바닥권이었다.

위촉직 위원만 따져봐도 여성 위원이 ‘0’인 위원회들도 있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전문인력 부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돼 성비 40%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4개 위원회(원자력진흥위, 농업계기화정책심의회, 항공보안협의회, 중앙소방기술심의위)를 제외하고도 여성 위원이 전무한 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 등 8곳에 달한다.

당연직을 포함할 경우 여성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지는 것은 당연직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고위공무원(2급 이상) 가운데 여성 비율은 8.5%에 불과했다. 여성 고위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부처도 6개에 달했다.

게다가 위원회 구성상 당연직이 위촉직보다 많은 위원회가 24.4%(133개)로 4곳 중 1곳에 달한다. 위촉직만 선별해 여성 위원 비율을 발표하는 정부 조사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령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는 위촉직 25명 중 12명이 여성이지만, 당연직 43명 중 여성은 2명 뿐이다. 성평등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조정하는 양성평등위원회도 당연직을 포함하면 여성 비율이 36%(25명 중 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위원회는 당연직 23명 전원이 남성이다.

권 의원은 “당연직을 포함한 정부위원회 성비 조사 결과가 위촉직 위원 성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책결정 과정의 여성대표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현행 법의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다”며 “여성대표성이 확보되지 않은 위원회의 소관 부처가 공공기관 평가를 받을 때 패널티를 주는 등 실질적 조치가 확보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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