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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2015년 불법로비 사건서 증인·변호인단 '거짓증언' 모의했다

손구민 기자
미국에 체류 중이던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해 검찰에 체포된 뒤 서울중앙지검 호송차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 체류 중이던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해 검찰에 체포된 뒤 서울중앙지검 호송차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015년 국회의원에게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을 때 그의 변호인들과 증인들이 위증을 모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을 추진한 시행사 씨세븐과 토지주들이 모인 대장동도시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2015년 중순부터 서울시 강남구에서 남 변호사의 변호인들을 수차례 만나 남 변호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방법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증인들의 법정 진술은 남 변호사가 무죄를 선고받는 근거가 됐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2015년 6월 남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강길 당시 씨세븐 대표가 2009년 남 변호사에게 8억3000만원을 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장동 사업에서 빠지도록 국회의원에게 불법 로비를 시켰다고 보고 남 변호사를 기소했다.

수원지법 심리로 열린 1심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이 대표로부터 8억30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5억3000만원은 이 대표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줬고, 3억원은 대장동 토지주들에게 법률 자문을 수행한 정당한 보수였다고 주장했다. 5억3000만원에 대해서는 이 대표의 횡령 공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3억원에 대해서라도 적법한 법률 자문료라고 주장해 처벌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이 3억원이 정당한 자문료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남 변호사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았다는 지주들의 증언이 필요했다.

당시 재판에 대해 잘 아는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관계자는 18일 “대장동도시개발추진위원회 위원들은 1년 반 동안 남 변호사가 자문을 해준 것이라고 말하기로 남 변호사 측 변호인과 얘기하고 그렇게 법정에서 증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이 대표가 8억3000만원을 주고 남 변호사를 로비용으로 집어넣었던 것을 알았지만 법정에서는 남 변호사는 이 대표와 무관하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법원에 접수된 추진위원들의 탄원서에도 동일한 증언이 담겼다고 한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남 변호사가 로비를 위해 들어온 게 아니라고 하면 거짓이 아니냐며 탄원서 서명에 반대하는 추진위원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남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장동 지주들의 법정 증언과 탄원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는 2009년11월 대장동 사업에 합류한 후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주민들에 대한 법률상담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남 변호사는 8억3000만원 중 5억3000만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횡령 공범 혐의로 기소하지 않아 처벌을 피했고, 3억원에 대해서는 대장동 지주들의 허위 증언 덕에 변호사법 위반 처벌을 피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가 재판을 받은 2015년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이 사장 직무대행이 되면서 대장동 민관 공동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때였다. 대장동 민관 합동 사업의 민간 부문 대표인 남 변호사가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컸다.

증인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변호인도 증인의 위증을 종용하거나 깊이 관여할 경우 위증교사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당시 남 변호사의 변호인단은 박영수 전 특검 등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4명,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6명,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 4명 등이었다. 박 전 특검은 “남 변호사 구속기소 직후 사임해 재판 때의 일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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