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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많은 산업에는 어떤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나…5명 중 1명은 여성·청년읽음

김한솔 기자
하동화력발전소 전경. 기후솔루션 제공

하동화력발전소 전경. 기후솔루션 제공

전기·가스·1차 금속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의 종사자 5명 중 1명은 여성·청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 업종으로 보면 비정규직 비율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직업 전환이 이뤄지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19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기후위기와 노동의 대응, 정의로운 전환’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보고서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국내 51개 업종을 구분하고, 각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규모 및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김 위원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 해당하는 51개 업종을 탄소유발계수별로 분류했다. 탄소유발계수가 0.4 이상으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1그룹(18개 업종), 0.2 이상인 2그룹(22개), 0.2 미만인 3그룹(11개)으로 구분한 뒤 각 그룹별 종사자 규모와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국제노동기구(ILO)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산업 전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비정규직, 여성과 청년, 노령 종사자 등 취약층의 규모가 처음으로 추산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탄소 유발계수가 0.845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1그룹의 종사자 수는 314만2000명으로, 여성 종사자가 21%, 19~34세의 청년이 24%로 5명 중 1명이 여성 또는 청년이었다. 65세 이상의 고령층도 5.3%로 적지 않았다. 1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15.5% 였는데, 이 중 5.2%는 여성이었다. 전체 업종으로 보면 전환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 33.2%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이 중 여성의 비율이 17.5%로 절반 이상이었다.

1그룹은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비율이 0.5%였고, 주 48시간을 초과해 노동하는 비율은 21%였다. 1그룹 종사자들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은 9.52%였다. 88.1%가 직무 등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아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김 위원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만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환이 가장 먼저 이루어질 탄소유발계수가 높은 업종 종사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직무 교육을 받아야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나 디지털 분야 같은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탄소유발계수가 높은 업종에서 교육 훈련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업종은 탄소유발계수가 3.51인 전기·가스 공급업종이었고 1차 금속과 항공 운송, 비금속 광물 제품 등이 뒤를 이었다. 탄소 배출이 적은 업종은 기술과 관련한 것이 많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부동산, 전문 기술 서비스 등이 해당됐다.

이번 보고서는 전환 과정에서 업종별 취약층의 규모 등을 처음으로 추산했다는데 의미가 있지만, 자료의 한계로 석탄화력발전 종사자나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종사자 같은 보다 세세한 업종별 종사자 수와 인구학적 특성까지는 분석되지 않았다.

김 위원은 “현재의 산업분류상 탄소배출이 많은 ‘전기·가스 업종’에는 석탄화력발전도 들어가지만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도 포함된다. 내연차 부품사의 경우도 처음 업체가 사업 등록을 ‘운송업’으로 했다면 현실적으로 하는 일과 분류표 상 속한 업종이 다를 수 있다”며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고용의 질이 불합리하게 설정되지 않도록 하라는 ILO 가이드라인에 따라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도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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