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조성만으론 역부족…연결 통한 ‘규모의 경제’로 새 거점 만들어야

배문규 기자

왜 ‘메가시티’인가

수도권 집중의 해법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이 추진됐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정부 공모 사업도 지역 간 경쟁과 중복 투자 탓에 수도권의 중력에 끌려가지 않는 거점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지방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생활인프라가 집중된 거점을 중심에 놓고 인접 도시를 대중교통망으로 연결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동이 편리해지면 기초 단위에서도 백화점·상급종합병원·대형 마트 등 상급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비수도권에서 논의 중인 메가시티 구상의 요체는 ‘연결을 통한 집중’이다.

지역에서 광역으로의 전환은 세계적 흐름이다. ‘지방 소멸’ 위기를 먼저 맞닥뜨린 일본은 47개 도도부현을 8개 광역권으로 통합하는 8+2 광역지방계획권역을 논의하고 있으며, 간사이광역연합과 같은 자발적 연계 사례도 등장했다. 영국은 ‘연합지자체’를 통한 대도시 집적경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2개 레지옹(광역행정지자체)을 13개로 재편해 규모를 키웠다.

수도권 성장 모델을 복제하는 전략은 서울처럼 강력한 거점도시가 없는 이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메가시티 전략은 다중심 연결형이다. 과거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된 광역경제권 전략과 달리 자치단체들에서 ‘보텀업’으로 추진되는 점도 주목된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경남이 주도하고 있지만, 부산을 중심도시로 설정하고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틀 안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되풀이하는 대신 권역 내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뭉쳐야 살 수 있다는 자각이 엿보인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14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4개 권역의 지자체들을 ‘초광역권’으로 묶어 지원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메가시티 구상이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핵심은 ‘1시간 이동 생활권 조성’ ‘지역 대학과 산업의 육성’이다. 부·울·경의 경우 스마트 물류 플랫폼, 충청권은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대구·경북은 로봇·미래차·바이오메디컬 산업, 광주·전남은 글로벌 스마트 에너지 허브로 방향을 잡았다. 진종헌 공주대 교수는 “자치권 확대를 통한 균형발전 전략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심화로 한계에 달하면서 초광역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며 “처음 가는 길이라 반신반의할 수 있지만 거버넌스가 만들어지면 현실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2개 이상 광역지자체가 협력해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즉 메가시티의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지난 7월 동남권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이 출범했고, 내년 3월 특별지자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3개 광역시·도가 연합의회를 구성하고 단체장도 선출해 지역 공통 현안을 전담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유럽 공통의 문제를 챙기는 것과 흡사하다. 김태영 경남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은 “경쟁 구도로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규모의 경제도 발생하지 않으니 함께 움직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메가시티 역시 새로운 ‘위계 피라미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부경남에선 홀대론이 나오고, 비교적 산업기반이 강력한 동남권 위주의 구상 아니냐는 타 지역의 눈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해 선도모델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 본부장은 “메가시티 아니면 대안이 뭐냐고 묻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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