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밉보일 것도 없다"···'제망철가' 서신으로 홍남기 저격한 '또타'읽음

류인하 기자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피켓시위도 하고, 대정부질의도 했고, 심지어 사장님이 ‘또타 인형’도 팔아봤지만 우리의 목소리가 기재부까지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서울교통공사는 22일 교통공사 마스코트 ‘또타’가 광화문 인근을 배회하며 십여 차례 이상 절을 하고,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전상서’ 올리는 내용의 유튜브를 게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자체 교부금을 결정하는 기재부에 자칫 밉보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밉보이나 밉보이지 않거나 더이상 악화될 것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 교통공사는 지난해부터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 일부를 국가가 보전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지난 6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지자체 예산으로 해결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공사는 21일 ‘또타가 절했습니다’라는 제목의 2분 40초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 메인 화면에는 ‘이러다가 뇌절까지 할지도 모름’이라는 부제도 달렸다. ‘뇌절’이란 사전적 의미가 아닌 ‘뇌의 의식이 끊어짐’ ‘뇌정지’를 뜻하는 신조어다.

영상 속 ‘또타’는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종합청사 주변을 배회하며 계속 절을 했다.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또타’는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제망철가(祭亡鐵歌)’라고 적힌 편지를 피켓 대신 들기도 했다. ‘존경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님 전상서’라고 적은 편지는 홍 부총리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어르신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은) 지자체의 결정사항”이라고 답변한 것에 대한 반발로 쓴 것이다.

또타는 전상서를 통해 “(지자체부담액)오십프로 시작으로 백퍼센트 전액무임/안전하고 편리하게 어르신들 타고가니/대통령님 말씀으로 누이좋고 매부좋고/사십년째 이어지는 교통복지 마련됐소. 그런데 살펴보니 큰 문제가 하나 있소/정부에서 책임지고 비용부담 하긴 커녕/좋은 말은 내가 하고/뒤 처리는 남의 문제/비용문제 외면하고 회사에게 떠넘기네”라고 밝혔다. 65세 어르신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교통복지’에 해당하지만 정작 그 비용부담은 광역자치단체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법적 근거없이 처음 시작됐다. 현재 지하철을 무료로 탑승하는 대상은 노인 뿐만 아니라 국가유공자(1985년), 장애인(1991년), 독립유공자(1995년), 5·18 유공자(2002년), 특수임무유공자(2005년)까지 확대된 상태다. 무임승차 대상은 정부가 확대·지정해왔다.

또타가 지하도에서 절을 하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또타가 지하도에서 절을 하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또타는 이어 “차라리 정부에 돈이 없어 그러하니 미안하다 참아달라 그리말씀 하셨다면/교통복지 노인복지 국가책임 아니라고 솔직히 그리 말씀하셨다면/빚을 내어 빚을 갚고 또 갚아도/박절하다 거짓되다 어찌 감히 탓하겠소”라고 적었다.

서울교통공사의 귀여운 마스코트를 내세워 ‘전상서’ 형식을 빌려 쓴 글이지만 결국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통복지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의 표현을 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113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1조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및 운임수입 감소가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무임승차가 전체 적자의 60%(코로나19 발생 이전 기준)를 차지하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사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 많은 위원님들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무임승차 비용 국고지원에 관해 여러차례 질의했지만 부총리가 너무 단호하게 국고지원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공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영상을 제작해서 (기재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더 이상 미운털이 박힐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국감에서 “국가재정은 규율과 원칙에 따라 운용해야 한다”면서 무임승차에 따른 소요비용 보전은 원칙적으로 불가함을 밝힌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년 예산 규모가 50조 늘었는데 그 중 22조 가량이 지자체 교부금 증액 소요”라면서 “6개 특·광역시에 있는 도시철도 소요를 전국민 세금으로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자체에 충분히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만큼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하철 관련 예산은 설령 무임승차가 ‘교통복지’를 표방하고 있더라도 지자체가 부담해야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유튜브 캡쳐 화면.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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