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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무고' 입증해 줄 테니 진급시켜달라" 무너진 군 기강

반기웅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지난 8월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40대 여군 A 중령은 1년 전쯤 30대 남성 군무원(9급) B씨를 성희롱했다는 혐의로 군 경찰 수사를 받았다. A 중령이 받은 혐의는 운동이 취미로 대흉근이 발달한 군무원 B씨에게 “요즘 모유 수유하느냐. 가슴이 왜 그렇게 크냐”고 발언했다는 것이었다. 성희롱 신고 시점인 8월은 진급 심사를 한 달 앞두고 있던 때로 A 중령은 “날조된 허위 사실이며 B씨가 거짓으로 신고를 했다”며 맞섰다.

군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A 중령은 보직 분리와 함께 타 부대로 파견 조치됐다. 대령 진급 대상자로 거론됐던 그는 9월 진급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성희롱 의혹’ 사건은 공군 경찰의 수사 이후 현재 국방부에 징계의뢰된 상태다. 국방부는 ‘해당 사건과 진급 심사는 관련이 없고 심사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A중령은 발언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는데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진급에서 떨어지는 등 과도한 불이익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군에서 이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또 다른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모유 수유 발언’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현역 군인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가 A 중령에게 연락을 해왔다. 같은 군 소속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메신저를 통해 A 중령에게 “성희롱 사건의 무고 정황을 알고 있다”며 거래를 제안했다. 제보자는 메신저를 통해 “모 중령이 군무원 B씨를 사주해 고소를 시키고 (당신을) 쫓아낸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 계획적이라고 이야기한 녹음 파일이 있다. 제보하는 대신 대가를 받겠다”고 했다. 그가 요구한 대가는 ‘진급’과 ‘돈’이었다. 제보자는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니 결과가 잘 나오면 대가를 받겠다”고 했지만, A 중령이 “이런 걸로 거래하기 힘들다”고 답하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짧은 메신저 대화 속에는 군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과 구체적인 정황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제보자가 A중령에게 보낸 메시지

익명의 제보자가 A중령에게 보낸 메시지

A 중령은 메신저 대화 내역 등 자료 일체를 공군본부 군사 경찰에 제공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군 내부자가 대가를 운운하며 진급과 금전을 요구한 것 자체가 군 기강 문란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공군 군사경찰은 제보의 진위 여부를 밝히지 못했다. 공군 군사경찰은 ‘익명의 제보자를 찾으려고 시도 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압수수색 영장을 받기 어려워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을 이첩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익명의 제보 관련 사건은 국방부 검찰단에 계류 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도 A중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아직도 군에서 인사와 관련해 음해와 허위사실이 담긴, ‘아니면 말고 식’의 신고가 난무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만약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군 지휘권의 명백한 도전이고 엄중한 인사 군기 문란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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