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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2014년 ‘대장동 주범’ 정영학 ‘수억 배임’ 인지하고도 불기소

손구민 기자

예보, 정씨 대장동 관련 ‘허위 용역비 수수’ 통보

관련자 기소 중 정씨 빠져…정보 제공 ‘봐주기’ 의혹

지난 22일 대장동 개발사업 수사가 한창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에서 청소노동자가 유리벽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대장동 개발사업 수사가 한창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에서 청소노동자가 유리벽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검이 2014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정영학 회계사의 수억원대 배임 혐의를 포착하고도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이 새롭게 착수한 대장동 수사에서도 정 회계사는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7년 전과 마찬가지로 공범들의 범죄 혐의를 누설하는 조건으로 면책을 받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예금보험공사는 대장동 사업 초기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를 이끈 이강길 대표를 2014년 수원지검에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의뢰하면서 정 회계사의 범죄 혐의가 담긴 조사보고서를 첨부했다. 이 보고서에는 정 회계사가 자신이 이사로 있는 A회계법인을 통해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로부터 허위 용역비를 받은 정황이 담겨 있었다.

예보 조사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2010년 1월부터 4월까지 재무 자문계약 명목으로 2억4200만원의 용역비를 받았다. 금품 수수 시점은 A회계법인이 2009년 10월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에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기간이었다. 정 회계사 역시 영업정지 여파로 이사직에서 사임한 상태였는데,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처럼 가장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예보는 판단했다.

예보는 이강길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빼돌린 돈으로 정관계 로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정 회계사는 2011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관계사인 대장AMC 이사로 재직했기 때문에 이 대표와의 공범 관계를 충분히 의심할만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회계사가 조사에 불응했고 예보는 그때까지 파악된 범죄 혐의를 전부 수원지검에 통보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허위 용역을 발주한 이 대표를 포함해 관련자 9명을 기소하면서 정 회계사는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이 사건을 잘 아는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은 통상 예보의 조사보고서에 나오는 이해관계인들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다”면서 “검찰이 정 회계사의 허위 용역 혐의를 인지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 회계사가 검찰과 플리바게닝(감형 협상)을 통해 자신만 빠져나갔다는 말이 나왔다.

정 회계사는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에서도 다른 공범들과 달리 피의자 신분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작성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에 정 회계사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뇌물공여 공소시효(7년)가 지나 처벌을 받지 않는,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200만원의 뇌물을 준 부분이 유일하다. 정 회계사는 지난 9월27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수 성격의 녹음파일 19개를 제출했다. 검찰이 수사 기여를 이유로 정 회계사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예보가 수원지검에 전달한 조사보고서에는 A회계법인 외에 대장동 사업의 또다른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던 B법률사무소가 허위 용역비 8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이는 수원지검이 대장동 사업 로비자금으로 8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남 변호사를 기소했을 때 공소장에 나온 금액과 일치한다. 검찰이 정 회계사의 허위 용역은 불기소하면서도 수법이 똑같은 남 변호사의 범죄 혐의는 재판에 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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