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저터널·가덕도 신공항의 이면···'뭐든 해봐야 한다' 비수도권의 절박감

배문규 기자

한일 해저터널·가덕도 신공항 논란의 이면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경향신문 창간 기획 ‘절반의 한국’과 함께 합니다. 연구소가 제작한 공익광고가 기획 기사의 메시지를 한층 선명하게 할 것입니다.  제작: 이제석 광고연구소 ⓒ www.jesk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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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특별법 ‘매표’ 행위 비판
쇠퇴 가속화하는 비수도권에선
‘뭐든 해봐야 한다’ 절박감 깔려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때아닌 ‘한일 해저터널’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들고나오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덕도만으로 안 된다며 한일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은 “일본보다 월등히 적은 재정부담으로 생산 부가효과 54조원, 고용 유발효과 45만명의 엄청난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의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한·일 공동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자는 제안은 역풍을 불렀다. ‘친일매국노’란 비난이 쏟아졌고, 민주당도 “일본의 대륙 진출 야심에 이용된다”고 폄하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진지하게 다뤄볼 정책 제안이 지방선거에 등장하면서 논의가 엉뚱하게 흘러갔어요. 한국의 국력이 커졌는데도 일본만 득을 볼 것이라는 근시안적 사고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요.” 지난달 3일 부산대 건축관에서 만난 서의택 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84·부산대 석좌교수)는 “한·일 화해의 통로는 물론 동북아 공동체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해저터널을 국가 미래전략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청와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추진위원장으로 세종시 건설을 총괄한 도시계획 분야의 원로다. 2008년 설립된 한일터널연구회 역시 건축·토목 분야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지한 연구단체다.

[절반의 한국⑦]한일 해저터널·가덕도 신공항의 이면···'뭐든 해봐야 한다' 비수도권의 절박감

한반도에서 일본 쓰시마섬을 거쳐 규슈를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은 일제강점기 때 처음 구상됐다가 1980년대 통일교 제안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잊을 만하면 등장했다. 요즘과 달리 노태우·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관심을 표명한 바 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는 부산발전연구원이 동북아 통합교통망 구축 차원에서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당시 부산(가덕도)~쓰시마~이키~후쿠오카로 이어지는 222.64㎞(해저구간 146.81㎞) 노선을 제시하면서도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공사비만 100조원이 드는 데다 통행량을 확보할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서 대표는 양국이 공사비를 분담하는 데다 기술면에서도 문제가 없고, 터널을 계기로 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했다. “선박과 항공에 더해 악천후 영향이 없는 철도로 물류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현성 여부를 떠나 한일 해저터널 구상이 나오게 된 데는 수도권 팽창과 반대로 쇠퇴가 가속화하는 비수도권에선 ‘뭐든 해봐야 한다’는 절박한 심리가 깔려 있다.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의 대학, 공공기관, 대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라는 요구에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경 바깥에서 ‘플러스알파’를 찾아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가 한일 해저터널에 담겨 있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 수도권에선 한일 해저터널을 ‘민족주의’ 문제, 가덕도신공항을 ‘환경’ 이슈로 대하지만 동남권에선 지역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본다.

지난 13일 드론으로 촬영한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의 전경. 이 일대의 바다를 메워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공항의 경제성, 환경 영향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난 13일 드론으로 촬영한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의 전경. 이 일대의 바다를 메워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공항의 경제성, 환경 영향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한일 해저터널 논란의 이면

바깥선 사업비·여객 수요 비관
안에선 철도·항공·항만 통한
‘물류 플랫폼 육성’ 가치에 주목

“인천공항 이용하면 된다지만
부산서 인천 가서 환승하느니
일본 공항이 차라리 더 가까워”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중후장대한 공약을 쏟아냈다. 한일 해저터널과 가덕도신공항 외에도 하이퍼루프, 플로팅시티, 돔구장 등 100조원을 훌쩍 넘는 거대 개발사업들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워라밸’에 방점을 둔 공약이 쏟아진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감당 불가능해 보이는 공약들은 지역이 직면한 위기감의 크기를 대변한다. 식어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려는 절박감이 공약들에 배어 있다. 1986~1991년 연평균 8.6%였던 부산의 성장률은 지난해 2%대에 그쳤고, 매년 청년 인구 1만명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집계한 전국 1000대 기업(2020년 매출액 기준) 중 부산 기업은 29개에 그쳤다. 기업 총매출액도 27조9280억원으로 서울(743곳·1449조987억원)에 비할 바가 못됐다. ‘제2의 도시’라는 표현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부산의 미래가 걸린 ‘상징 투쟁’이 됐다. 신공항이 논의된 계기는 2002년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 인근 돗대산에 추락해 129명이 숨진 사건이다. 공항 입지의 한계를 드러낸 이 사건은 동남권 신공항 논의를 촉발시켰으나 대구·경북권 공항 건설 논의와 맞물리면서 후보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논란을 진화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이 논의를 다시 지폈다. 곡절 끝에 지난 3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동남권의 침체와 메가시티 구상이 맞물리던 시점이다.

바깥의 시선은 신공항에 부정적이다. 대형 국책사업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하듯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은 ‘매표’ 행위로 비쳤다. 수요가 적어 ‘멸치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하지만 한일 해저터널, 가덕도신공항을 향한 비판과 멸시에 깔린 ‘수도권 중심주의’는 온당한 걸까.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부산항이 공항이라는 날개를 달면 물류의 시너지가 엄청나게 커집니다. 인천공항의 몫을 빼앗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겁니다.”(허윤수 부산연구원 기획조정실장)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가덕도 남단 바다를 메워 조성한 598만㎡ 부지에 3500m 활주로 1본을 만드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부산시의 추계로 7조5440억원이다. 바깥의 시선은 사업비와 여객 수요에 맞춰져 있지만 지역에선 철도-항만-항공의 ‘트라이포트(Tri-Port)’ 구축을 통한 물류 플랫폼 육성이라는 ‘미래가치’에 주목한다. 부산항은 세계 항만 물동량 순위 6위에, 환적 화물로는 세계 2위다.

“중국의 항만은 자국 물동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항이 동북아 허브항입니다.” 부산항 기항 정기노선은 세계 3위(269개) 수준이다. “베트남에서 출발한 화물이 상하이를 거쳐 부산에 왔는데 물류 체증으로 지연됐다고 가정해 볼까요. 40피트컨테이너당 위약금이 1억원이라고 하면 5개만 해도 5억원이죠. 공항이 있으면 전세기로 1억5000만원에 운송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부산항은 미국을 향하는 태평양 항로의 마지막 포트입니다. 화주로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거죠.” 신공항의 2045년 화물 수요는 117만6000t으로 현재 인천공항의 3분의 1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규슈지역 화물 수요는 신공항이 생기면 확보할 수 있는 플러스알파다. “규슈 권역의 항공화물이 13만t가량 되는데 후쿠오카 공항을 거쳐 간사이 공항에서 떠나는 루트보다 부산항으로 와서 가덕도신공항에서 운송하면 비용도 싸고 시간도 덜 걸립니다.”

가덕도신공항과 한일 해저터널이 조성되면 한국의 동남권과 일본의 규슈권이 국경을 넘는 ‘트랜스내셔널 경제권’이 형성될 수도 있다. 지역에선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항의 경쟁력에 너무 무지·무관심해요. 우리는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을 하겠다는 겁니다.”

김해공항 확장은 애초부터 대안이 되기 어려웠다. 안전 문제는 물론 24시간 공항의 필요성에 맞추기 어려운 사정 탓이다. 화물기는 주로 밤에 떠야 하는데 도심에 있는 김해공항은 소음 탓에 활주로를 쓸 수가 없다. 화물의 항공수요는 의외로 많다. 무게가 가볍고 단가가 비싼 첨단제품은 항공기가 적합하다. 공항이 있으면 배로 커피콩을 들여와 가공단지에서 로스팅한 뒤 비행기에 실어 비싸게 되파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부가가치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구구절절 설명해도 비판론자들은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뿐이다.

동남권의 국제선 항공 수요는 960만명으로 전국 2위, 김해공항은 인천공항 다음 가는 흑자 공항이다. “코로나19 이전 김해공항은 사람이 너무 많아 ‘도떼기시장’ 같았습니다. 제가 수원에 갔다가 ‘한강 이남에 공항이 없어 불편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인천 가는 1~2시간도 멀어서 불편하다면 지방은 오죽할까요. 부산에서 인천까지 가서 국제선으로 환승하느니 일본 공항이 차라리 가깝습니다.”

‘런던에 공항이 있으니 맨체스터에는 필요 없다’고 하면 영국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부산에서 서울의 직선거리는 331㎞, 맨체스터에서 런던은 262㎞이다. 이 좁은 나라에 관문 공항이 하나 더 생기면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가적 손실이라고들 한다. 대한민국 경쟁력이 아니라 ‘수도권 경쟁력’이 아니었을까.

기후위기 그리고 신공항

인천공항 확대는 당연하게 인식
환경단체들 반대 목소리 와중에
지역 삶의 문제조차 수도권 중심

가덕도신공항 부지에는 대항마을로 불리는 한적한 어촌이 있다. 마을 주변 국수봉, 남산, 성토봉을 깎아 바다를 메우게 된다. 대항마을을 찾은 지난달 14일 태풍 ‘찬투’가 남해안에 비를 뿌리면서 바닷가 마을 풍광이 스산하게 느껴졌다. 전망대에는 신공항을 환영하는 ‘브라이트 강서’라고 쓰인 비행기 형상 조형물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몸체에는 “탄소중립 이행하라!! 가덕신공항 절대 반대!!”라는 글귀가 매직으로 흐릿하게 쓰여 있었다.

“저희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평생 어업을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김영석 가덕대항신공항생존대책위원장(59)은 “9대째 어업에 종사했는데 선산까지 있는 이 마을을 떠나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항마을은 숭어마을로도 불린다. 매년 봄이면 숭어 물길에 그물을 쳐두고 높은 곳에서 망을 보다 통째로 건져 올리는 ‘육수장망’ 어로법을 조선시대부터 대대로 이어오고 있다. “바다 일은 조류, 바람, 물고기의 움직임을 오랜 세월에 걸쳐 터득해야 해요. 마을마다 어촌계가 있는데 새로 들어갈 수도 없고요. 땅값은 보상을 받더라도 무형의 손실은 어떻게 보상받겠습니까.”

대항마을에는 350여가구가 살고 있다. 가덕도에 외지인 유입으로 ‘투기판’이 됐다는 뉴스들이 주민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가덕도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동남권을 넘지 못하듯 어민들 목소리 역시 마을 안에서 맴돌 뿐이다. “동네가 작으니 누가 관심 갖겠습니까. 차라리 매듭을 빨리 지었으면 나았을 텐데 정치인들 공약 다툼하다 우리만 날벼락 맞은 거죠.”

신공항 사업은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단체들은 “항공기는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며 공항개발은 기후위기 가속화를 부추길 뿐”이라면서 공항개발 계획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10곳의 신공항 계획이 포함된 것도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하늘로 간 4대강사업’ 아닙니까. 원주민들을 터전에서 몰아내고 예산이 막대한 사업을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밀어붙이고 있잖아요.”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집행위원은 “기후변화로 몇십년 뒤면 부산 저지대도 물에 잠긴다는데 메가시티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은 “가덕도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기후위기 대응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탄소흡수원”이라고 했다. 낙동강 하구의 생태축인 가덕도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상괭이·수달과 다양한 어류들의 서식지이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자 각국에서는 공항 건설을 보류하거나 단거리 항공의 운항을 금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개발이건, 보존이건 지방은 논의에서 소외된다. 환경파괴로 인한 갈등의 현장은 대부분 비수도권에 있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소거되기 일쑤다. “최근 유력 대선 주자가 ‘가덕도신공항이 모두의 공존을 위한 길’이라고 썼대요. 원전이나 공항이나 현지 주민들은 그 공존에서 빠져있죠. 수도권이 지방을 식민지처럼 대한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주민들이 뭘 알아? 줄 때 받으라’는 거죠.”

균형발전도 환경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덕도가 우리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신공항 건설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잖아요. 전 지구적 관점에서 탈탄소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항마을 전망대에 설치된 신공항을 환영하는 비행기 조형물. 몸체엔 ‘탄소중립 이행하라!! 가덕신공항 절대 반대!!’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왼쪽 사진). 신공항 예정 부지인 대항마을 지역 주민들의 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쓰이는 컨테이너 건물 외벽에 ‘생존권 사수’ 구호가 선명하다.      강윤중 기자

대항마을 전망대에 설치된 신공항을 환영하는 비행기 조형물. 몸체엔 ‘탄소중립 이행하라!! 가덕신공항 절대 반대!!’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왼쪽 사진). 신공항 예정 부지인 대항마을 지역 주민들의 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쓰이는 컨테이너 건물 외벽에 ‘생존권 사수’ 구호가 선명하다. 강윤중 기자

신공항과 ‘수도권 중심주의’

“원전이나 공항 결정할 때마다
주민은 공존 대상서 빠져 있어
수도권이 지방을 식민지처럼
생각한다는 느낌 지울 수 없어”

균형발전·기후위기 대응 사이
균형점 찾는 사회적 논의 절실

동남권에선 수도권의 신공항 건설 반대 논리에 배어있는 ‘차별적’ 시선에 민감하다. 경제성을 이유로 한 반대뿐 아니라 환경주의자들의 반대 역시 ‘수도권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화물공항이 없어 컨테이너 차량들이 탄소를 뿜어가며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현실은 보이지 않느냐는 반발이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장은 “기후위기 때문에 신공항 건설을 반대한다면 인천공항 확장, 김해신공항 건설 모두 반대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인천공항은 되고, 동남권은 안 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항공운송 산업 전반의 탄소 과다배출에 있는 것인데 가덕도신공항만을 겨냥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남 실장은 “인천공항 확대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방공항’ 확대는 안 된다는 인식이 국토부 관료, 중앙언론, 지식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은 국제선 수요와 국내선 수요도 구별하지 않으며, 가덕도신공항과 기타 지방 공항들 간의 차이도 간과한다”고 덧붙였다.

이관후 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작과비평(192호) ‘지방소멸, 대안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좌담에서 “한국의 진보가 굉장히 서울중심주의적”이라고 했다. 제도를 바꾸거나 정책을 결정할 때 ‘지역인지감수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기후위기와 지방소멸 의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충돌할 공산이 크다. 지방이 쇠퇴할수록 토건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 평창 올림픽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복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논란에서 목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에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갖춰졌다면 스키장 곤돌라와 케이블카에 그토록 목을 맬 이유도 없었다.

균형발전으로 개발과 보존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남 실장은 “삶의 지속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토건사업은 필요하다”면서 “토건 자체를 백안시하면 지역 인프라가 약화되고 인구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그리드 구축 등 ‘그린 뉴딜’ 역시 엄밀히 따지면 토건 사업”이라며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다면 토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팽창, 지방 쇠퇴가 지속되는 한 비수도권 주민들의 개발 열망과 맞물린 시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이유다.

균형발전과 기후위기 대응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내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특별취재팀
배문규·최민지(스포트라이트부)
박채영·문광호(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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