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없어요” 이태원 들어오는 새 상인들…기존 상인들은 “보증금마저 탈탈”읽음

강은 기자
지난 21일 오후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에 사람들 발길이 모이고 있다. 강은 기자

지난 21일 오후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에 사람들 발길이 모이고 있다. 강은 기자

지난 25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스무 걸음 정도 걸어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자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 서너 개가 한 이자카야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출구 오른편 벽에는 ‘저희와 함께할 가족을 모십니다’라고 쓰인 구인공고가 붙었다. 지난 20일 가게를 열었다는 사장 이훈희씨(47)는 “폐업한 곳들이 많아서 그런지 내가 들어온 곳은 임대료가 20% 정도 저렴했다. ‘위드코로나’로 가기 때문에 분위기가 풀릴 테니 일찍 선점하려고 문을 열었다”고 했다.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정부가 ‘위드 코로나’ 기조를 선언하면서 용산구 이태원 거리 상인들 사이엔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이 많이 방문했던 이태원 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5월 클럽 발 집단감염 이후 이태원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겼고 폐업하는 가게가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이태원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7%에 달한다.

기자가 이태원 1번 출구 거리를 찾은 이 날, 약 400m 되는 거리에는 최근 새로 문을 연 가게가 네다섯 곳 정도 보였다. 이 달 내 90평 정도 되는 호프집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인 김모씨(35)는 “원래 이태원은 권리금이 몇억씩 됐던 곳인데 이번에는 권리금을 안 내는 조건으로 들어왔다”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매장들을 보면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고 주말에는 꽤 살아난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가게는 부엌 시공과 페인트칠 등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태다.

코로나19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한 상인들은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고 말한다.

할로윈 준비를 위해 천장에 호박 조형물을 달던 박모씨(50)는 “공실만 (임대료가) 조금씩 내려간 거지 이미 계약된 곳들은 그대로”라면서 “나 같은 토박이들은 여기서 밀려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가게를 서너 개 운영하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임대료로만 10억 손해봤다”면서 “이제는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도 거의 안 남은 상태”라고 했다.

이태원에서 15년간 술집을 운영한 이승철씨(50)는 “우리 가게는 임대료가 20% 정도 낮아졌지만 (코로나가 회복되면) 내년쯤에는 원래대로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5년째 타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62)도 “코로나가 회복된다고 해도 절대 예전만큼 분위기가 살아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손실보상을 해준다곤 하지만 코끼리 코에 비스킷 정도”라고 했다.

새로 들어오는 상인들도 마냥 기대감만 차 있는 건 아니다. 김씨는 “이전 가게가 이미 매출이 반토막난 상황이다. 코로나가 혹여나 다시 심해져서 장사가 안되진 않을까, 더 힘들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하필 이태원이냐는 얘기를 하더라”면서 “자신은 없지만 자신감 있는 척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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