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가게도 테이블 펼쳐야죠”…위드코로나 첫 날, 달라진 풍경읽음

박채영·이두리·강은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먹자 골목에 사람이 가득하다. 이날부터 음식점은 시간 제한 없이 수도권은 최대 10인, 비수도권은 12인으로 운영 가능하다. /한수빈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먹자 골목에 사람이 가득하다. 이날부터 음식점은 시간 제한 없이 수도권은 최대 10인, 비수도권은 12인으로 운영 가능하다. /한수빈 기자

“손님이 4명 넘게 모여있는 것 좀 봐요. 당분간 상상도 못했던 일이거든요. 코로나19 전에는 이 골목에 노상 테이블이 쫙 있었어요. 그동안은 테이블을 펴질 못했는데 이제 우리 가게도 테이블 펼쳐야죠.”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가 전환된 1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한창 붐비는 모습이었다. 노가리 골목 중에도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들에는 실내 테이블로 모자라 야외 테이블까지 사람이 가득했다. 직원들이 테이블 사이사이를 다니며 분주하게 주문을 받았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형두(58)씨는 여러 명이 모여 앉은 단체 손님을 보고 들뜬 목소리로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직원 더 뽑는 식당…집회도 다시 시작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다중이용시설 운영 시간 제한이 사라지고 사적 모임 허용 인원도 늘어난 첫 날, 자영업자들은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식당 입구에는 ‘오전 1시까지 영업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까페 안쪽에는 ‘홀서빙 상시 모집’이라고 적힌 구인 광고가 붙었다. 단체 손님 방문에 대비해 거리 두기 차원에서 비치해 둔 칸막이를 제거하고 여러 명이 함께 앉는 자리를 만든 음식점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 대학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임정택씨(56)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던 영업 시간을 오전 2시까지 늘리고 늘어난 영업 시간에 맞춰 직원을 1명 더 뽑았다. 그는 “옆 가게에서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대비를 했다. 2명을 더 뽑으려고 구인공고를 내놨다”며 “이런 시대가 안 올 줄 알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식 부활’이 화제였다. 서울의 한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박승현씨(26)는 올해 1월 입사한 이후 처음으로 동기들과 모임을 할 수 있게 됐다. 재택근무 횟수도 주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박씨는 “처음으로 동기들끼리 칸막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크다”며 “팀 선배들과도 곧 회식을 할 예정이다. 입사 후 회식을 한 번도 못했다”고 말했다.

집회의 자유도 숨통이 트였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는 이날 63빌딩 앞에서 30여명이 모여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7월 이후 1인 시위만 허용됐던 집회는 미접종자를 포함하면 99명까지, 전원이 접종완료자이거나 음성확인자이면 499명까지 열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 신고된 집회는 총 26건, 참석 인원은 2044명으로 집계됐다.

단계적 일상회복 첫날인 1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 시민들이 가득하다. 이날부터 음식점은 시간 제한 없이 수도권은 최대 10인, 비수도권은 12인으로 운영 가능하다. /한수빈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첫날인 1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 시민들이 가득하다. 이날부터 음식점은 시간 제한 없이 수도권은 최대 10인, 비수도권은 12인으로 운영 가능하다. /한수빈 기자

■방역 완화 ‘준비 부족’으로 울상인 사람들

갑작스런 방역지침 변경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강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안재영씨(41)는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늦게 알아서 늘어난 운영시간에 맞춰 직원을 뽑지 못했다. 당분간 동업자와 2명이서 24시간을 나눠 근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서울 명동 거리는 아직 왕년의 활기를 찾지 못했다. 대학의 대면 수업이 재개되지 않은 신촌·홍대 등도 곳곳의 건물 공실에 ‘임대’ 간판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된 게 아니어서 거리 두기 완화가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서우씨는 단체석을 늘리는 등 준비를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뉴스를 보니 전날이 ‘핼로윈 데이’라서 이태원에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데 확진자가 다시 많이 나올까봐 걱정”이라며 “물건도 사놓고 준비를 했는데 방역이 다시 강화되면 재고를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도입에 “기준 강화 아니냐” 불만도

‘방역패스’가 도입된 일부 시설에서는 오히려 방역 기준이 강화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사우나, 카지노 등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이용할 수 있다.

명동의 한 헬스장에서 일하는 서용찬씨(47)는 “방역패스가 도입되기 전에는 접종을 안 했어도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기준이 강화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헬스 트레이너 윤모씨(32)도 “회원들에게 백신을 못 맞았는데 어떻게 하냐는 문의가 많이 온다. 지금은 계도기간이고 2주가 지난 다음에도 PCR 음성 증명서를 가지고 오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는데 번거롭다보니 선뜻 오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계도기간인 유흥시설의 방역패스 도입은 제각각이었다. 홍대의 한 유흥주점은 “계도 기간이지만 저희는 일행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5분 거리의 또 다른 유흥주점은 “지금은 계도기간이라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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