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세력’ 씨세븐, 주민 명의 탄원서로 ‘민관개발 전환’ 압박했다읽음

허진무·이효상·이보라 기자

“주택공사 토지 수용 반대”
2009년 주민 동원 시위도
성남시·의회에 압력 정황
탄원 단체는 용역 맺은 사이

2012년 이재명 “공영” 발표
대통령에 ‘주민 반대’ 탄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시행사 측이 주민 명의로 탄원서를 보내고 주민을 동원해 시위를 벌인 정황이 나왔다. 사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성남시와 성남시의회에 ‘주민의 뜻’이라며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시행사 ‘씨세븐’ 측이 2009년 10월 작성한 ‘주공 개발계획에 대한 대응 논리’ 문건에는 “주공의 개발계획안이 철회될 때까지 10월8일부터 매일 2회 이상 통합공사 및 성남시 등을 항의 방문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민원을 지속 제기해 자연스럽게 민간개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씨세븐은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참여했던 대장동 개발 초기 시행사다.

시행사 측은 성남시의 공영개발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대장동 주민 명의로 탄원서를 보냈다. 주민 모임인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원회’는 2009년 8월 이대엽 당시 성남시장에게 “사람답게 살고자 주민제안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제 와 주택공사가 수용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 문건 파일의 문서정보를 보면 작성자가 ‘씨세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0년 6월 재무구조 개선, 주민 반발, 민간과의 경쟁 지양을 이유로 제안을 철회했다.

경향신문이 다른 탄원서 파일들의 문서정보도 확인하자 씨세븐 관계사인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의 사내이사인 A씨가 작성자로 드러났다.

LH가 공영개발 제안을 철회했는데도 2012년 6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지역 30만평 개발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사 측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한 민관합동 개발에 힘을 싣기로 방향을 틀었다.

시행사 측은 2012년 8월 ‘대장동 주민 일동’ 명의로 ‘우리의 결의문’이라는 탄원서를 이재명 시장,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 이명박 대통령 등에게 보냈다.

이 시장에게는 “공영개발로 토지수용이 이뤄지면 토지보상가가 너무 낮아 생존권 차원에서 반대한다”, 최 의장에게는 “민관공동 개발에 찬성하는 의장님 견해에 적극 공감한다”, 이 대통령에게는 “성남시가 도시공사를 설립해 민관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시행사 측과 대장동 도시개발 추진위는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다. 씨세븐은 2009년 6월 추진위와 ‘부동산 컨설팅’ 명목으로 용역계약을 맺고 매달 1500만원을 지급했다. 추진위 사무실의 보험료와 근로소득세, 인터넷·전화·전기·가스 요금, 보일러 수리비는 물론 추진위원장 이모씨의 명함 비용까지 지원했다.

대장동 비리를 수사한 수원지검 특수부가 2015년 7월 대장PFV 대표인 남욱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자 이씨는 재판부에 “우리 마을의 사고를 해결할 수 있는 남욱 대표의 업무 복귀가 화급하고 절박한 실정이다. 부디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냈다.

‘대장동 세력’ 씨세븐, 주민 명의 탄원서로 ‘민관개발 전환’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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