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틈타 보이스 피싱 사기까지 기승

박용근 기자
경기 시흥시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기 시흥시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회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사무실 전화를 다른 번호로 착신해 주세요.”

3일 오후 1시30분 전북 익산의 요소수 제조업체인 (유)아톤산업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KT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그 회사 근처에서 급한 선로공사를 하고 있다. 회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사무실 전화를 다른 번호로 착신하라”고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 A씨는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남성의 안내에 따라 착신 전화번호를 바꿨다. 그로부터 5시간이 지난 오후 7시쯤 아톤산업 대리점 여러 군데서 전화가 빗발쳤다. 회사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회사 대표의 휴대전화에도 ‘요소수 3600개를 구매할 수 있다던데 맞냐’는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착신 전화번호를 바꾼 직원은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착신을 다시 정상으로 전환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이 회사는 요소수 물량 대란으로 분주한 상태였다.

KT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아톤산업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가로채 구매자들에게 요소수를 대량으로 팔 테니 입금하라고 접근했다. 아톤산업 관계자는 “반나절 동안 업체 5∼6곳이 속아 7000여만원 정도를 입금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에게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사 로고까지 가져다가 가짜 명함을 만들어 보여주며 사칭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조성식 이사는 “사기를 당한 회사들은 법인회사들이 대부분인데 세금계산서를 수기로 끊어줬는데도 워낙 요소수 물량 확보가 다급한 탓에 속아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 전 직원이 요소수 생산문제로 비상이 걸려 착신전환을 해 준 것도 모르고 있다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이와 비슷한 보이스 피싱 사기가 발생한 걸로 알고 있다”며 “온 나라가 요소수 물량을 확보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기를 친다는게 말이 되느냐. 끝까지 추적해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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