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재개발원 성추행 이은 2차 가해…경찰의 입장은

반기웅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경찰인재개발원 직원 A씨는 2017년 10월부터 같은 직장 직원 B씨(60)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예쁘니’라고 성희롱성 호칭을 하거나 ‘근무 끝나고 같이 저녁 먹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B씨의 추행은 갈수록 심해졌다. A씨의 귀에 입김을 불어넣고 강제로 손을 잡는가 하면 목과 어깨를 감싸고 끌어안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눈을 치우던 A씨의 뒷목덜미에 눈을 집어 넣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1월 A씨는 B씨를 강제추행,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올해 2월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2년간 취업을 제한했다.

경찰청 소속 기관으로 경찰관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경찰인재개발원은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성추행 사건의 공론화가 부담스러웠던 A씨는 당초 법적 대응을 원치 않았다. 고소 한 달 전 A씨는 먼저 경찰인재개발원 감찰 부서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감찰 부서에서는 “해당 사안은 A씨가 용역업체 소속일 때 발생한 사건이니 감찰 권한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고소하라”고 통보했다. 2017년 2월 파견 노동자였던 A씨는 2019년 1월 경찰인재개발원에 직접 고용이 됐는데, 성추행 발생 시기가 직접 고용 이전이니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인재개발원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질적인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용사업주라도 직장 내 성희롱 조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

한술 더 떠 경찰인재개발원 감찰 부서는 A씨의 신고 사실을 A씨의 직속 팀장 등 관리자에게 알렸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신고한 사실을 누설하는 행위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비밀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경찰인재개발원 측은 “신고 사실을 누설한 것이 아니라 주무관 동향 파악 차원에서 담당 계장에게 A씨의 형사 고소 사실을 알린 것”이라며 “이후 가해자 피해자 간 분리 조치를 위해 순환근무를 신설하고 피해자 접촉을 피하도록 지문 인식기 위치를 변경하는 등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형사 고소 이후 A씨에 대한 집단 따돌림과 조직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사실과 다른 온갖 소문이 돌았고, 모든 분란의 원인이 A씨에게 있다는 허위 사실도 유포됐다.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들이 가해자를 위한 탄원서를 받기도 했다. 여론을 등에 업은 가해자는 근무 중인 A씨를 찾아와 합의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A씨는 경찰인재개발원에 2차 가해 사실을 알리고 보호 조치를 재차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실질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에는 경찰청 갑질신고센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감찰은 불문종결 처리했다. 전수 조사 결과 A씨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주변인 진술 역시 A씨의 주장과 상반된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2월 A씨 본인 스스로 법원에 B씨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이준헌 기자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이준헌 기자

하지만 접근금지 명령 이후에도 2차 가해는 계속됐다. 오히려 관리자는 회의 시간에 가해자와 한자리에 있기 어렵다는 A씨에게 “떨어져 앉아서 가급적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개인 만족을 어떻게 다 시키느냐”며 동석을 강요했다. A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정신질환, 심장질환이 발병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성추행 사건 이전에는 없었던 병력이다. 결국 A씨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다.

올해 2월 가해자 B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에도 경찰인재개발원 측 대응은 더뎠다. 선고 이후 2주째 별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A씨는 관리자에게 후속 조치 여부를 물었고, 그제서야 경찰인재개발원 감찰부서는 “징계는 확실한 혐의가 인정돼야 착수할 수 있다”며 “판결문 분석 후 필요한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년 넘게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가해자는 판결 이후에도 2개월 가량 근무를 지속하다 지난 4월 해고됐다. 경찰인재개발원 측은 “판결 이후에 A씨가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가해자의 2차 가해 행위를 감안해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성추행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분을 한 경찰인재개발원장을 상대로 지난 3월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성희롱 사건으로 건강이 악화된 점을 들어 산재도 신청한 상태다.

A씨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경찰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사건 당시 외부에 신고하지 말 것을 종용한 경찰 간부는 올해 경찰청 인사에서 총경으로 승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추행이 파견 노동자 시절 발생한 일이어서 경찰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것”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찰이었다면 신속하게 다른 관서로 발령 내 분리 조치했겠지만 근무 장소가 한정된 인재개발원 직원이다보니 조치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보도] 경찰인재개발원 성추행 이은 2차 가해 논란 관련

본지는 지난 11월 4일 <경찰인재개발원 성추행 이은 2차 가해…2년간 손 놓은 경찰>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인재개발원은 “피해 사실 접수 직후인 2020. 2. 1. 피해자가 근무하는 장소와 상당히 떨어져있는 건물로 가해자를 발령하여 분리 조치하였고, 이는 피해자가 가처분신청을 한 2020. 2. 26. 보다 앞선 조치였다. 또한 관리자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가해자에게 강력히 구두 경고하였고 이후 가해자는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 2021. 2. 5. 1심 판결이 일부 유죄 선고되자마자 경찰인재개발원은 즉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신속하게 감찰 조사에 착수했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징계절차를 진행하여 가장 중한 징계인 ‘해고’ 처분을 했다. 이에 피해자가 권익위에 경찰인재개발원을 상대로 신청한 불이익조치금지 및 비밀누설금지 신청은 기각되었고, 검찰은 2차 가해 방치를 이유로 경찰인재개발원장을 수사한 사건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아울러 피해자가 요구한 조치 외에도 전문가의 상담 지원, 2차 피해 예방교육 실시, 고충제도에 의한 피해자 보직 관리 등 적극적으로 피해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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