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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칙금 프리패스’ 모범운전자증 웃돈 받고 내준 노원모범운전자회읽음

이홍근 기자
경찰에서 발급하는 모범운전자증. 운전자 수칙으로 ‘교통질서 확립에 솔선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독자 제공

경찰에서 발급하는 모범운전자증. 운전자 수칙으로 ‘교통질서 확립에 솔선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독자 제공

서울 노원모범운전자회가 범칙금 면제 혜택이 있는 모범운전자증을 웃돈을 받고 편법으로 발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범운전자증을 발급받으려면 월 4회 이상 교통정리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데 돈을 더 낸 회원들에게는 이 같은 의무를 면제해줬다는 것이다. 해당 모범운전자회는 회원들에게 유급 봉사 활동을 중개해주고 용역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노원모범운전자회는 일반 회원보다 회비를 더 낸 회원들을 ‘자문’으로 분류해 편의를 제공했다. 월 7000원의 회비를 내는 일반 회원은 4회 이상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해야 모범운전자증을 지급받지만, 월 2만원을 내는 자문 회원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모범운전자증을 지급한 것이다. 노원모범운전자회 회장 A씨는 모든 회비를 현찰로 수금해 자신의 개인 계좌에서 운용했다.

소속 기사들은 자문 제도에 의문을 표시했다. B씨는 “10년째 봉사 활동을 나가고 있는데 모범운전자회 명단을 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다들 회장한테 돈 내고 이름만 걸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 역시 “2만원이 적은 액수처럼 보여도 100명이 2만원씩 내면 연 2400만원이고, 10년이면 2억4000만원”이라고 했다.

편법 운용이 가능한 것은 모범운전자증의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모범운전자증을 소유한 운전자는 음주운전 등 11대 중과실을 제외한 경미한 교통법 위반 시 최대 7회까지 범칙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경찰의 모범운전자운영규칙에 따르면, 이 혜택은 사업용 자동차 운전에 종사하면서 2년 이상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모범운전자 중 월 4회 이상 교통정리 봉사 활동을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노원모범운전자회는 회원들에게 유급 봉사 활동을 소개한 뒤 기부금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공사 현장에서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하면 시급 2만원 상당의 일급이 지급되는데, 이 중 일부를 ‘유급비’라는 이름으로 단체가 가져간 것이다. B씨와 C씨는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다음에 일자리를 받을 수 없었다”며 “사실상 알선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인력 공급 허가가 나지 않은 업체가 알선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9조에 따르면 노동부장관에게 등록한 유료직업소개사업자와 근로자공급사업자, 근로자파견사업자만 중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직업안정법상 등록된 유료직업소개소라도 수수료는 임금의 1% 이하로 정해져 있지만 모범운전자회가 받은 유급비는 일급 18만원 기준 1만원, 10만원 기준 5000원으로 1%를 크게 상회했다.

A씨는 “모범운전자회가 사단법인이라 본사가 압류되면 지회도 운영비를 압류당할까 개인 계좌로 돈을 걷은 것”이라며 “회비든 기부금이든 1원 한 장 개인적으로 쓴 적이 없다. 분기별로 감사를 진행하고 운영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웃돈을 준 회원들의 봉사 활동을 면제해준 데 대해서는 “연로하시거나 공적이 많으신 분들을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교통정리를 안 해도) 도장을 찍어준 것”이라며 “현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복장을 입고 사무실에 오셨기 때문에 봉사 활동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해명했다. 유급비 징수에 대해선 “강제성이 있는 돈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노원모범운전자회에서 유급 봉사활동 알선 대가로 거둔 ‘유급비’가 적혀 있는 장부. 독자 제공

노원모범운전자회에서 유급 봉사활동 알선 대가로 거둔 ‘유급비’가 적혀 있는 장부.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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