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너머 다툼

사진·글 한수빈 기자

보이지 않아도 다 듣고 있어요

[금주의 B컷]장막 너머 다툼

지난 10일, 서울 종로의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서 정기수요시위가 열렸다.

소녀상 주변은 ‘평화’란 말이 무색하게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단체들의 충돌로 시끌벅적했다. 소녀상 앞에는 하얀 종이 방벽이 쳐졌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기수요시위는 그동안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돼 왔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접어들며 11월1일부터 집회 제한이 완화됐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다른 어떤 단체보다 빨리 소녀상 앞 24시간 집회를 신고했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던 ‘반일행동’ 회원들은 주변의 아우성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소녀상 보호를 위해 폴리스라인을 쳤다.

앞이 가려진 소녀상은 어느 때를 떠올렸을까? 코로나 이전 수요시위 참가자들로 주변이 북적이던 날? 아니면 얼마 전 1인 시위로 조용함을 유지하던 때?

소녀는 늘 그래왔듯 손 꽉 쥔 채 앞을 보고 있었다. 어깨 위 작은 새는 곁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빈 의자에는 누군가 놓고 간 꽃다발이 하나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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