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만 ‘2800억’ 사상 최대 2022 대선 예산···유권자 1인당 6500원

권도현 기자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관리 예산이 2836억원 규모로 정부 제출 예산안에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대선은 물론 전국 단위 선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편성된 예산이다. 직전 대선과 비교해서는 약 37%, 코로나19 환경에서 치러진 지난해 총선에 비해서도 25% 가량 많은 ‘역대급’ 금액이 선거 관리 비용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선거인수(4396만여명) 기준으로 유권자 1인당 약 6500원의 선거관리 비용이 투입되는 셈이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편성한 대통령 선거관리 예산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는 1132억5100만원, 2012년 18대 대선은 1354억9800만원, 2017년 19대 대선은 2067억8000만원이 집행됐다. 20대 대선 예산편성액은 2836억2600만원으로, 19대 대선과 비교해 768억4600만원(37.2%) 늘었다.

세부 내역을 보면 투표 관리에 842억6900만원, 사전투표 관리는 664억5000만원, 선거운동 관리 369억5800만원, 개표 관리 171억4900만원 등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대선 예산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사전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는 경향과 선거연령 하향조정 등이 이유로 꼽힌다. 사전투표율은 2013년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늘어나면서 관리 비용도 함께 상승했다. 20대 대선의 사전투표 관리 예산안은 19대 대선(410억7600만원)보다 253억7400만원 늘었다. 내년 대선은 만 18세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대선에서 표를 행사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전 대선에 비해 유권자 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예산도 증액된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도 선거관리 비용 인상 요인으로 추정된다. 국회 예산처는 20대 대선 예산편성액 중 ‘선거운동 관리’와 ‘투표 관리’ 사업 예산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세대수 증가’를 꼽았다. 세대수가 이전 선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공보물 제작·배포에 드는 관리 비용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선거’라는 점도 비용을 추가적으로 들게 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필요치 않던 투표소 소독과 비닐장갑·손 세정제 등 방역물품 구매에 비용이 투입되면서 전체 예산이 증가한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 투입된 방역 관련 예산은 총 99억6900만원에 이른다.

비용 절감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앙선관위가 편성한 내년도 대선 관련 예산에는 선거 참여 분위기 제고를 위한 ‘특별전시회’ 개최에 필요한 예산도 5억1300만원 편성돼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불필요하게 과다한 금액이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특별전시회에 투입된 3억4000만원과 19대 대선 당시 비슷한 전시회에 쓰인 4억1500만원과 비교해서도 1억~2억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특별전시회는 내년 2월 초부터 한달 동안 역대 대통령선거 관련 실물자료, 전시 등을 위주로 개최될 예정이다.

국회 예산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과다하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코로나19 방역 대책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전시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편성된 예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 중에 있다”고 했다.

20대 대선 비용 2800억원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