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동이 본 미디어(2)

사이버 폭력과 아동의 보호받을 권리

배민서(운양중 2학년)·굿네이버스 미디어 아동 자문단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친구와의 만남은 물론 학교생활조차 제한되면서 나와 친구들이 주로 모이는 곳도 자연스럽게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되었다. SNS를 통한 만남을 이어가다 보니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아동에게 불편한’ 다양한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한 친구를 두고 여러 사람이 집중적으로 괴롭힘을 가하는 행동, 즉 ‘사이버 불링’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난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사촌이 재학 중인 중학교에서 사이버 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한 명의 친구를 두고 다수의 친구들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롱, 험담, 비방을 가했고,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 결국 가해 학생들에겐 강제 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서 은밀하게 시작된 한마디 한마디가 결국엔 피해자, 가해자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푸른나무재단의 ‘2021 전국학교폭력·사이버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미디어 사용이 늘어나 학교폭력 및 사이버 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그 수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도 사이버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학교에서도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이버 폭력 관련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 그만큼 사이버 폭력이 심각하고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이버 폭력은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더 위험하고 문제가 될까?

첫째, 신체적 폭력보다 주로 언어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현재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잘 알아챌 수 없다. 피해가 우울증 증상으로 오게 된 청소년의 경우, 사춘기 때의 행동과 양상이 비슷해 보여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둘째,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들은 쉽게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소통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남을 판단하기도 쉬운 것 같다. 온라인의 특징 중 하나인 익명성도 사이버폭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익명성에 기대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통을 받기도 한다.

아동·청소년은 사이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은 그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사이버 폭력을 줄여나가야 하지만 이 일은 아동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집행하고 이행하는 어른들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아동·청소년의 보호받을 권리를 지켜주는 것, 또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국인 지금이 그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행동할 시점이라고 본다. 아동·청소년 스스로 알아서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지 말라는 실효성 없는 교육 대신 아동·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의 운영 방침을 점검하고 사전에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피해 사례들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벌 방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빠른 분리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지키는 데 어른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고, 그 도움은 당신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사회가 잊지 않길 희망해 본다.

[기고-아동이 본 미디어②]사이버 폭력과 아동의 보호받을 권리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는 아동에게 안전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동이 직접 미디어 속 아동권리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제언할 수 있도록 ‘미디어 아동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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