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상 대기자 800명대…“비상계획 발동 시기 이미 지났다”읽음

이창준 기자
이날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위해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위해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확진되고도 하루 넘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21일 8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국내 유행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병상 대기는 모두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이날 80%를 넘겼다. 주간 평균으로 계산해도 ‘긴급평가’ 기준인 75%를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에서 확진자 규모가 증가하면 ‘의료 붕괴’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방역 수준을 다시 일부 강화하는 등 비상조치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1일 이상 병상 배정대기자 수는 804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대 최다치로, 이중 478명은 2일 이상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차 유행 당시 하루 이상 병상대기자가 가장 많을 때 595명(지난해 12월17일)이었다. 중수본은 병상대기자 증가와 관련해 “수도권에 확진자 발생이 집중되고, 고령환자 발생이 급증하면서 (생활치료센터 입소·재택치료 외) 병원 병상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고령층의 기저질환자·와상환자가 늘면서 문진의 난도가 높아지고, 소요시간도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어 있는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은 최신 집계치인 전날 오후 5시 기준 127병상으로, 병상 가동률은 81.5%에 달했다. 정부는 주간 일평균 중환자실 가동률이 75%를 넘어서면 긴급평가를 통해 ‘비상계획’을 실시한다는 방침인데, 지난주(14~20일) 수도권의 중환자실 가동률은 하루 평균 78%에 달했다.

중환자 규모도 심상치 않다. 지난주(15~21일) 일평균 ‘재원 중 위중증 환자 수’는 502명을 기록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첫 주(1~7일, 375명)에 비해 2주 만에 100명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간 사망자 수도 하루 평균 24명으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 이후 감소세였던 누적 치명률은 지난달 6일 이후 40일 넘게 0.78%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19일 이후로는 0.79%로 기록하는 등 증가세로 전환됐다.

정부는 수도권에 병상 추가 확보 행정명령에 이어 감염병 전담병원을 추가로 지정하고, 급한 경우 헬기까지 동원해 수도권의 환자를 비수도권의 병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병상이 마련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보내면 전국적으로 유행이 확산됐을 경우 병상 대란까지 함께 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120명으로, 지난 17일 이후 닷새 연속 3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도 전원(타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각 병원별로 2~3명씩은 발생하고 있다. 3000명 수준인 지금도 이미 현장은 비상 상황인데, 다음 주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파국에 치닫을 수 있다”며 “지금은 서킷브레이커(비상계획)를 발동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시기가 이미 지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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