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발인, 부인 이순자 '한 문장 대리사과'…그마저도 "5·18 사과 아냐"읽음

강은 기자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유가족들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유가족들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영결식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전씨 부인 이순자씨는 “남편 재임 중 고통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사과한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5·18 민주화운동 관련 언급도 없었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이에 대해 5·18과 관련된 사과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씨와 딸 효선씨를 비롯한 친인척 종교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법률대리인인 이양우 변호사, 전두환 군부의 핵심으로 꼽혔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등 5공 인사들도 자리를 채웠다. 정치인 중에서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만 영결식장을 찾았다.

이씨는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의 추도사와 불교·기독교 의례가 끝난 이후 3분20초 가량 가족 대표 발언을 이어갔다. 이씨는 “남편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 장애와 인지 장애로 고생하던 중 금년 8월에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암 선고까지 받게 됐다”면서 “힘겹게 투병 생활을 인내하고 계시던 11월23일 아침 제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갑자기 쓰러져 저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했던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이씨는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 또 화장해서 북녘땅이 모이는 곳에 뿌려달라고 했다”며 전씨의 유언을 전했다. “갑자기 닥친 일이라 경황이 없던 중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장례를 무사히 치르게 됐다”면서 “이제 남은 절차에 대해서는 우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장성한 자녀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눠 남편의 유지를 정확하게 받들겠다”고 밝혔다.

사과의 말을 전한 것은 약 15초로, 54글자 한 문장 분량에 그쳤다. 이에 대해 민 전 비서관은 “(이씨가) 5·18 관련해서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면서 “(이씨가) 분명히 ‘재임 중’이라고 했다.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전씨가 취임한 1980년 9월1일 이전에 발생해 전씨의 ‘재임 중’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재임 중 벌어진 일은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란 질문에 민 전 비서관은 “시위하던 학생들이 죽은 경우도 있고, 경찰 고문으로 죽은 학생들도 있고 여러가지 있지 않은가”라면서 “직접 책임은 없지만 대통령이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사과를) 안 하다가 처음 한 것 같이 (얘기하는데) 젊은 기자들이 옛날 일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5일 가족장으로 진행된 전씨 장례절차는 이날 마무리됐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20분가량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유해는 장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전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됐다. 오후 1시10분쯤 전씨의 유해가 자택에 도착했고, 유족과 측근들도 영정사진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전씨 지지자들과 유튜버 등이 장례 내내 소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영결식장과 전씨 자택 앞에서 “호칭을 전두환 대통령이라고 해야 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5·18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외쳤다. 서울추모공원 앞에서는 “우리도 들어가게 해달라”며 추모공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이 때문에 현관 유리문이 파손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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