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축제를 연 이유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유진 기자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반성폭력 활동가들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친족성폭력 생존자들과 반성폭력 활동가들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제1회 생존기념 축제’를 열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족 성폭력 생존자와 반성폭력 활동가는 40여명으로,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축제를 연 것은 처음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축제 이름을 ‘죽은 자가 돌아왔다’로 명명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깔려 죽음 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의미다. 모두 검은 옷차림에 꽃 장식이 더해진 가면을 썼는데, 이는 영화 <코코>로도 잘 알려진 멕시코 축제 ‘죽은 자들의 날’에서 영감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친족 성폭력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다루지 않고 개인적 불행으로 소비하는 법과 언론과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친족 성폭력에 대응해온 생존자들이다. 친족 성폭력 문제 해결을 말하는 주체들”이라며 “친족 성폭력 생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가해자를 엄벌하기 위해서는 먼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친족에 의한 성폭력 범죄는 국가가 형벌권에 기간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언제든 생존자가 나서기만 한다면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검사가 공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대한민국 안에서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였다. 국가와 사회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사회의 근본’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에는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명서를 낭독한 참가자들은 이후 ‘친족성폭력, 우리가 멈춘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삼청동을 지나 종각역 사거리 차로로 행진했다.

생존자 ‘하윤’은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침묵하고 자신을 부정하기에 우리의 하루하루 순간순간은 알알이 너무 소중하다”며 “가족이 지켜내지 못한 생존자가 있다면 국가가 지켜야 한다. 생존자와 지원자들이 긴밀히 만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은 4촌 이내 친족이 폭행·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이 경우 공소시효는 범죄 행위가 종료된 시점부터 10년이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의 경우 성년인 만 19세가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고,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공소시효가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발간한 상담 보고서에 따르면 친족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상담소를 방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미만’이 24.1%에 그쳤고, ‘10년 이상’은 5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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