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간 불륜’ 퇴출당한 김제시의원이 본회의장에 다시 나타난 까닭은

박용근 기자

법원 “간통죄 폐지…잘못도 모호”

퇴출 당했던 의원 항소심서 승리

시민들 “최소한 자기반성도 없어”

지난해 12월 김제시민들이 의원불륜사건의 책임을 물어 시의장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면.  온 모의장은 결국 의원직을 사퇴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김제시민들이 의원불륜사건의 책임을 물어 시의장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면. 온 모의장은 결국 의원직을 사퇴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의원간 불륜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가 제명된 전북 김제시의회 A의원(여)이 최근 의원직을 되찾아 시의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륜사건 당사자인 A의원이 낸 제명처분 불복소송에서 법원이 A의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김제시의회는 제적의원 만장일치로 지난해 7월 제명됐던 A의원이 이달 17일 개회된 정례회에 출석해 행정사무감사 등 의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시의회 관계자는 “A의원은 정례회가 열리기 전인 11월 초부터 의회에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법원 항소심 선고에서 A의원의 입장을 받아들여졌고, 앞서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이 먼저 수용돼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것인데, 공인으로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말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심을 뒤집은 항소심은 시민여론을 무시한 것이어서 조만간 상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지난 24일 A의원이 낸 ‘의원제명처분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A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4월 열린 1심에서는 ‘제명이 만장일치였고, 김제시민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사회 여론까지 고려해 A의원이 패소했으나 2심에서 뒤집어 진 것이다. 법원은 선고에 앞서 지난달 ‘의원제명처분 무효확인’ 등 사건의 집행정지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법원은 “제명하려면 범법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동료 의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간통죄가 폐지돼 문제 삼을 수 없고, 이게 무슨 잘못인지도 모호하다”면서 “시의회가 당시 언론보도로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제명했다는데 이 과정에서 A의원에게 반론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히 “남성 의원이 불륜사실을 일방적으로 폭로해 여성 의원이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A의원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달 18일부터 시작된 김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김제시의회 제공

이달 18일부터 시작된 김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김제시의회 제공

시민들은 법원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전국적 망신을 샀던 이해당사자가 법원 판결을 구실로 의회에 다시 나타난다는 것은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처사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열린김제시민모임 문병선 공동대표는 “지난해 의원 불륜사건이 전국 이슈가 돼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시민여론이 들끓었는데 법원은 절차적 문제만 따져 면죄부를 준 것 같다”면서 “선출직이라면 법적으로 명예를 회복했다해도 최소한의 도덕적 자기반성과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등원해 의사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을 어찌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의원 보다 한달 앞서 제명된 불륜 상대 의원인 B의원도 불복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다음달 1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시의회가 제명한 두명의 의원이 나란히 의회에 등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6일 현충일 추념식장서 A의원과 B의원이 말다툼을 벌이면서 가시화됐고, 6월12일 B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A의원과의 불륜사실을 밝히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 7월1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참석해 있는 가운데 B의원이 A의원과 불륜사실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난장판이 됐다. 김제시의회는 품위손상을 이유로 7월16일 B의원을 제명처리했고, 일주일 뒤 A의원도 제명했다.

A의원의 입장을 듣기 두차례 전화를 연결했으나 “부모님께서 병원에 입원해 있어 통화하기가 어렵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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