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식결과 거짓말에 증거제출 거부까지...“군, 성추행 사망사건 가해자 비호”

이홍근 기자
지난달 15일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 스트레스로 자살로 둔갑’ 기자회견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지난달 15일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 스트레스로 자살로 둔갑’ 기자회견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한수빈 기자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하사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수사한 군 검경이 주요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고 유가족에게 감식 결과를 속이는 등 가해자를 감싸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일 마포구 센터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군 군 경찰은 유가족을 속여 가해자를 돕고 군 검찰은 군 경찰을 비호하며 불리한 증거 제출을 거부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B준위와 C주임원사가 나눈 대화가 담겼다. 두 사람은 피해자 A씨가 사망한 지난 5월11일 방범창을 뜯고 A씨의 숙소에 들어갔다. A씨는 숨져 있었다. 앞서 A씨는 B준위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터였다. B준위는 A씨에 대한 강제추행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C주임원사 역시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B준위는 5월16일 C주임원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참 큰일이다. 내가 잠깐 거실에 들어갔을 때 내가 종이 몇 개를 만졌다”며 “지문이 남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B주임원사는 “(군 경찰 수사관이) ‘지금부터 걔(피해자)를 위해서 (주거침입을) 한 거라고 얘기를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답변 지침을 줬다는 것이다.

군 재판부는 증거목록에서 통화 기록을 확인하고 군 검사에게 해당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 검사는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어 전문을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군인권센터는 “녹취록은 재판부의 계속된 요청에 지난 공판에서 가까스로 제출되었는데 내용을 확인해보니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아닌 군 경찰과, 가해자, 주임원사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면서 “계속 무언가 숨기고 은폐하기 위해 (군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군 경찰은 유가족에게 국방과학연구소 감식 결과를 속이기도 했다. 사망 당일 A씨 숙소의 현관문 외시경은 휴지로 가려져 있었는데, 이 휴지는 A씨 집에서 발견된 휴지와는 다른 종류였다. 이에 유가족은 가해자가 현장을 은폐하려고 휴지로 외시경을 가렸다고 의심해 유전자 감식을 요구했다. 5월31일 군 경찰은 연구소로부터 “유전자형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그런데도 군 경찰은 6월8일 유가족에게 “감정 결과 변사자 유전자 검출 외 특이사항이 없다”고 했다.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거짓으로 알린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뻔히 나와있는 감정결과를 유가족에게 허위로 설명한 군사경찰 지휘부, ‘피해자에게 불리한 정황’이라고 거짓으로 둘러대며 군 수사기관의 과실이 드러날 증거를 제출하기를 거부한 군 검찰, 성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진술도 듣지 않은 채 서둘러 변론을 종결하려 했던 군사법원 모두가 한통속”이라며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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