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더 세진 공권력···시민사회 '물리력 남용 피해' 우려

반기웅 기자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행안위 통과

참여연대 “현장 대응 교육·훈련 부족 탓”

김창룡 청장 “현장 경찰관들에게 큰 힘”

현장선 “면책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김창룡(왼쪽) 경찰청장과 서영교 위원장이 10월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입장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김창룡(왼쪽) 경찰청장과 서영교 위원장이 10월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입장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경찰관 A씨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남성을 현행범 체포했다가 피소됐다. 피의자가 체포 과정에서 우측어깨가 골절되는 등 상해를 입었다며 불법체포, 직무유기로 고소한 것이다. 노상방뇨로 스티커를 발부받자 욕설을 하며 순찰차를 발로 차 체포된 남성이 체포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며 출동 경찰관을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이 직무 수행상 물리력 사용에 따른 형사책임 감면이 필요하다며 내세운 사례들이다. 경찰관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민·형사상으로 피소돼 경찰 법률보험을 통해 소송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2018년 6월 도입 이후 총 159건이다. 공무원 책임보험을 통해 소송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07건, 올해는 10월까지 72건으로 총 179건이다.

경찰의 형사 ‘면책’ 규정 신설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경찰이 범인 진압 등 직무수행을 하다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중대 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힘들고 어려울 때 현장 경찰관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법”이라고 반겼다. 김 청장은 연일 ‘과감한 물리력’ ‘당당한 공권력’을 강조하고 있다. 형사면책 규정이 신설되면 과감한 물리력 행사가 가능해 범죄 현장에서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으로 표면화한 경찰의 현장 부실대응 해법이 ‘물리력 강화’와 ‘면책’인 셈이다.

시민사회는 우려를 표명한다. 면책규정 신설이 ‘최소한의 허들’마저 무너뜨려 경찰의 물리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경찰의 직무 집행은 물리적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식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양홍석 변호사는 1일 “최근 사건들은 경찰이 물리력 사용을 주저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현장 대응에 대한 교육 부족과 훈련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현장 경찰이 두려워하는 건 민형사상 책임이 아니라 감찰에 따른 내부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이라고 했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모 지구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모 지구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내부 여론도 엇갈린다. 경찰 지휘부는 면책규정 신설이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한 경찰 간부는 “면책규정이 생기면 현장 경찰은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피의자를 제압해야 한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면책 부여는 경찰 권한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검거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형사책임을 질 경우에 감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물리력 행사로 인한 감찰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큰 그림에서 보면 면책을 보장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일선 경찰들은 ‘면책’보다 실효성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관내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칼 든 상대를 제압하려면 물리력 사용이 자유로워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리력을 쓸 수 없는 구조”라며 “장구 등 물리력을 사용하면 사용 보고서를 써야 하고 심할 경우에는 독직폭행으로 옷을 벗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지구대의 한 팀장은 “지금 절실한 건 총을 쏠 수 있는 법이 아니라 인력과 성능 좋은 장구”라며 “경비·내근 인력을 현장으로 배치하고 명중률 높은 테이저건, 전기충격이 기능이 있는 삼단봉과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장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사격 훈련이 아니라 경찰로서 사명감을 부여할 수 있는 정신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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