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사면책’ 가속…시민사회 “물리력 남용 우려”

반기웅 기자

경찰관직무법 개정안 통과…범죄현장서 적극적 대응 취지

“위험 무릅쓸 의무 지워” “현실적으로 필요” 내부서도 이견

“실전처럼” 서울경찰청이 1일 신임 경찰관 현장 대응력 강화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물리력 훈련에서 경찰관들이 각각 경찰관, 난동자 등 역할을 맡아 효과적인 제압 방법을 익히고 있다. 연합뉴스

“실전처럼” 서울경찰청이 1일 신임 경찰관 현장 대응력 강화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물리력 훈련에서 경찰관들이 각각 경찰관, 난동자 등 역할을 맡아 효과적인 제압 방법을 익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 A씨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가 고소됐다. 피의자가 체포 과정에서 우측 어깨가 골절되는 등 상해를 입었다며 불법체포, 직무유기로 고소한 것이다. 노상방뇨로 스티커를 발부받자 욕설을 하며 순찰차를 발로 차 체포된 남성이 체포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며 출동 경찰관을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이 직무수행상 물리력 사용에 따른 형사책임 감면이 필요하다며 내세운 사례들이다. 경찰관이 직무수행을 이유로 민사소송과 형사고소 등을 당해 경찰 법률보험을 통해 소송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2018년 6월 도입 이후 총 159건이다. 공무원 책임보험을 통해 소송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07건, 올해는 10월까지 72건으로 총 179건이다.

경찰의 형사 ‘면책’ 규정 신설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경찰이 범인 진압 등 직무수행을 하다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중대 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힘들고 어려울 때 현장 경찰관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법”이라고 반겼다. 김 청장은 연일 ‘과감한 물리력’ ‘당당한 공권력’을 강조하고 있다. 형사면책 규정이 신설되면 과감한 물리력 행사가 가능해 범죄 현장에서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으로 표면화한 경찰의 현장 부실대응 해법이 ‘물리력 강화’와 ‘면책’인 셈이다.

시민사회는 우려를 표명한다. 면책 규정 신설이 ‘최소한의 보호벽’마저 무너뜨려 경찰의 물리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경찰의 직무집행은 물리적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식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양홍석 변호사는 1일 “최근 사건들은 경찰이 물리력 사용을 주저해서 발생한 게 아니라 현장 대응에 대한 교육과 훈련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현장 경찰이 두려워하는 건 민형사상 책임이 아니라 감찰에 따른 내부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 여론도 엇갈린다. 한 경찰 간부는 “면책 규정이 생기면 현장 경찰은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피의자를 제압해야 한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면책 부여는 경찰 권한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검거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내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칼 든 상대를 제압하려면 물리력 사용이 자유로워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리력을 쓸 수 없는 구조”라며 “장구 등 물리력을 사용하면 사용 보고서를 써야 하고 심할 경우에는 독직폭행으로 옷을 벗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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