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까지 덮쳐 채용 ‘뚝뚝’…미래가 더 막막한 2030읽음

유선희 기자

변이 출현 등 끝 안 보이는 코로나로 청년 스트레스 최고조

“스펙 쌓아도 기회 줄어”…우울 위험군 비율, 20·30대 최다

<b>주말에도 ‘북적’이는 서울역 앞 검사소</b>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5128명을 기록한 5일 오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주말에도 ‘북적’이는 서울역 앞 검사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5128명을 기록한 5일 오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내년 6월에 시험이 있거든요.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급함이 있는데, 코로나19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왔다고 하잖아요. 스트레스가 말도 못해요.”

취업준비생인 박모씨(33)는 서울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전 5개월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돕는 일을 했다. 지난 10월 말 계약이 만료돼 공무원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합격이 절박하다. 그러나 최근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커졌다.

박씨는 “감염 확진자들이 연일 발생하면서 3차 백신 접종 이야기가 나온다. 백신을 맞으면 또 며칠 앓을 텐데 그러면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건강관리가 중요하니 그냥 집에서 공부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집중력이 떨어질까봐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사립대를 졸업하고 3년째 언론사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모씨(27)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씨는 “토익 점수를 올리고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 시험까지 보면서 계속 스펙을 쌓았는데도 코로나19로 채용인력 규모가 줄어든 까닭인지 서류 전형에서부터 연이어 탈락했다”며 “오미크론 소식을 접하고는 채용인력을 더 줄이겠다는 생각에 아예 언론사 취업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고 했다.

이씨는 올해 소규모 언론사는 물론 일반 콘텐츠 업체에까지 지원서를 냈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올 초 한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인턴 전형을 거쳤지만 최종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내에서 최소 2명 이상 합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합격자는 1명뿐이었다. 이씨는 “계속 탈락하다 보니 제 삶 자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른 진로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얼어붙은 탓에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오미크론까지 덮쳐 채용 ‘뚝뚝’…미래가 더 막막한 2030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2030세대이다. 작년부터 매 분기 실시돼온 이 조사에서 우울 위험군은 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을 받은 이들을 의미한다.

30대는 첫 조사가 실시된 지난해 3월 우울 위험군 비율이 23.6%로 일찌감치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20대의 경우 지난해 3월 13.3%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가 올해 3월 30%까지 치솟았다. 올해 6월 조사에선 24.3%로 30대(22.6%)를 앞질렀다.

복지부는 올해 6월 조사에서 젊은 세대의 우울 정도가 하락한 것은 백신 접종 확산,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발표 등에 따른 일상복귀 기대감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오미크론도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에 다시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일 “최근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는 2030세대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가 취업이나 경제적인 문제”라며 “현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정신건강을 계속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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