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없이 잘린 방송작가 ‘부당해고 인정’ 값진 사례읽음

박용근 기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KBS전주총국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방송작가유니온 회원. 방송작가유니온 제공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KBS전주총국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방송작가유니온 회원. 방송작가유니온 제공

KBS전주총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일방적으로 계약만료통보를 받은 방송작가에 대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지역에서는 첫번째, 전국적으로는 두번째 사례다. 방송작가지부는 환영논평을 내며 반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KBS전주총국으로부터 일방적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방송작가의 노동자성 및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은 지역 공영방송사에서 일하는 방송작가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라며 “상식적인 판정을 환영한다”고 12일 밝혔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는 지난 3월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 이후 얻은 또 한 번의 값진 판정이자, 서울 수도권에 비해 적은 제작비 탓에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전국의 지역사 방송작가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준 의미 있는 결과”라면서 “전북 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가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사건에 공동 대응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방송작가 A씨는 지난 2015년 8월 KBS전주총국 ‘생방송 전북은 지금’의 라디오 작가로 일을 시작했다. 지난 7월 계약이 해지되기까지 7년여 동안 라디오 작가, 보도국 뉴미디어팀 콘텐츠 기획자, ‘생방송 심층토론’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맡았다.

방송작가유니온 회원들이 지난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앞에서 부당해고된 방송작가를 구제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 제공

방송작가유니온 회원들이 지난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앞에서 부당해고된 방송작가를 구제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 제공

A씨는 “5년 동안 쓰지 않던 계약서를 지난해 9월이 돼서야 프리랜서 계약인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썼다. 계약 만료 한 달 전 해고 통보를 받는 과정에서 해지 사유를 ‘조직 내 불화’ 외에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A씨는 “방송작가도 근로자라는 당연한 이야기가 이렇게 힘겹게 인정돼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KBS가 공영방송다운 전향적인 판단으로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 비정규직 상황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공영방송이 공적 책무와 콘텐츠의 공공성을 말할 수 없다”면서 “이번 판정은 지역 방송계의 프리랜서로 위장된 작가의 노동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며 지역 방송작가의 노동권 회복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 대리인인 김유경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심문회의 내내 공익위원들이 주목했던 지점은 이 사건 신청인이‘작가는 창작자’라는 도식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용 종속 관계에서 일했다는 사실”이라면서 “지노위가 그동안 사용자들이 주장해온 형식적 징표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명확히 확인한 것은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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