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고 변희수 하사 상대 '전역' 명령 내린 군읽음

강은 기자
변희수 전 하사(가운데)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변희수 전 하사(가운데)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육군본부가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해 지난 15일 전역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전역 후 민간인 신분에서 사망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변 하사는 전역만기일(2021년 2월28일)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전역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군사망규명위)는 지난 14일 변 하사 사망 사건을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 직권조사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변 하사가 군에 재직 중 사망했는지 여부이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본부는 지난 15일 오후 변 하사에 대해 전역 처리를 완료했다. 변 하사 유족에 따르면 앞서 군은 지난 10월29일, 11월11일, 11월29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전역명령 발령을 위한 역종 파악’ 내용증명을 송부했다. 해당 문서에는 “전역명령을 발령해야 하니 예비역과 퇴역 중 결정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담겼다. 통상적으로 남군은 예비군법에 따라 현역 복무를 마치면 자동 예비역으로 편입되지만 병역 의무가 없는 여군은 전역 때 예비역과 퇴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유족과 군인권센터 측은 군이 변 하사가 ‘전역 후 사망했다’는 추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역종을 선택하라는 것은 변 하사가 전역 후 민간인 신분에서 사망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유족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군이 계속 내용증명을 보내도 답변을 회신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지난해 1월23일 육군에서 강제전역 처분된 후 전역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다 지난 3월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 대전지방법원은 유족이 이어받은 소송에서 “남성을 기준으로 한 육군본부의 강제전역 결정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군사망규명위는 지난 14일 변 하사 사망에 대해 직권조사 결정을 발표하면서 “고인의 의무복무 만료일이 2월28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 시점에 따라 군인 신분으로 사망했는지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9일 육군본부가 변희수 하사 유가족에게 송부한  전역구분(역종) 확인서 일부.

지난 10월29일 육군본부가 변희수 하사 유가족에게 송부한 전역구분(역종) 확인서 일부.

변 하사의 사망 시점이 2월28일 자정 이전이라면 군인 신분에서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순직 여부를 심의할 여지가 생긴다. 지난 9월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부검, 디지털포렌식 결과 등을 토대로 변 하사 사망 추정 시점을 2월27일 오후로 결론지은 바 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지난 10월 강제전역 취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급여, 수당, 퇴직금 지급 등의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전역구분 확인서를 요구했던 것일 뿐”이라면서 “행정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 전역 결정을 내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여군에게 역종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건 맞지만, 군인사법(41조)에 따르면 퇴역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망규명위에서 사망시점이 전역만기일 이전으로 밝혀지면 그때 전역무효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퇴직금과 급여를 지급하는 게 시급한 상황도 아니고 유족이 그걸 쟁점화하려는 상황도 아닌데 군은 뭐가 그렇게 급해서 행정 처리를 서두르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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