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혼자보다 같이하니 좋아…굽히고만 살았던 몸이 많이 펴졌어요”

글·사진 김향미 기자

어르신 ‘홈 복지관’

서울 강남구립 논현노인종합복지관이 스마트 기기를 토대로 진행하는 노인 건강 자가관리 사업인 ‘홈 복지관’에 참여 중인 장헌소·나정순·남새봄·성정남·정용숙씨와 박성목 사회복지사(왼쪽부터)가 지난 23일 복지관에서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립 논현노인종합복지관이 스마트 기기를 토대로 진행하는 노인 건강 자가관리 사업인 ‘홈 복지관’에 참여 중인 장헌소·나정순·남새봄·성정남·정용숙씨와 박성목 사회복지사(왼쪽부터)가 지난 23일 복지관에서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복지관 이용 어려운 어르신
스마트 기기 통해 건강관리
서포터즈와 소통 연결해줘

변하는 몸 확인하며 성취감
정신적 배려도 큰 도움 돼

서울 강남구에 사는 나정순씨(67)와 남새봄씨(71)는 지난 10월부터 매주 화요일에 만나 서로의 건강을 살피고 안부를 확인한다. 10여년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았던 남씨는 최근 하루 1만보 걷기와 식단 관리를 하고 있는데 ‘건강 메이커’인 나씨가 하루 평균 걸음 수나 체중, 근육량 등을 함께 체크해주고, 운동·영양 정보도 전해준다. 남씨가 평소 착용하는 건강 팔찌(인바디 밴드)와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건강 정보가 쌓여 있어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강남구립 논현노인종합복지관은 올 7월부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추진하는 ‘홈(HOME) 복지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복지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해 가정에서 건강관리를 하게 하고, 단절된 관계를 메우기 위해 ‘서포터즈’(건강 메이커)와 참여자를 연결해 지역 내에서 소규모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획한 사업이다.

논현노인종합복지관은 복지관에 다니는 어르신 가운데 만성질환 또는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 30명을 선발했다. 그중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15명의 어르신에 건강 메이커를 일대일로 매칭 연결했다. 건강 메이커 15명도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다.

지난 23일 오전 논현노인종합복지관에서 홈 복지관 사업 참여자 5명을 만났다. 나정순씨와 남새봄씨, 정용숙씨(74)와 성정남씨(81)는 각각 건강 메이커와 참여자로 처음 만났다고 했다. 나씨는 “봉사하는 걸 좋아하고 상대에게 가르쳐주지만 배울 점도 있을 것 같아”서, 정씨는 “건강에 유익하고 누군가 만나면 활동범위가 넓어질 것 같아”서 건강 메이커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성씨는 2018년 뇌경색이 왔고, 몸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관절염에 고생이 심했던 남씨는 건강관리를 같이하는 게 혼자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남씨는 “인바디로 근력이랑 체지방을 확인하다 보니까 하루하루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는 효과가 있다. 관절염 때문에 굽히고만 살았던 몸이 최근에 많이 펴져서 똑바로 걸으니까 주변에서 놀란다”며 “나정순 여사를 만나서 배울 게 많다고 느꼈는데, 몸무게를 오차 없이 재는 방법까지 알려줘서 정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성씨는 “집안 어른들을 오래 모시고 살아서 70이 되도록 어디 아프다는 소리를 못하고 살았는데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내 몸이 아프더라”며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7000보 걷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 메이커들도 비슷한 평가를 했다. 정씨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근황도 물어보고,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서로 배려하고 하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씨는 “저도 같이 1만보 목표로 걷고 있는데 참여자와 일주일 같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발적 참여자인 장헌소씨(78)는 월요일 필라테스, 화요일 요가·헬스 등 일주일 3번 이상 고정된 운동 시간이 있다. 복지관에 있는 건강관리실을 주로 이용하는데, 최근엔 복지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건강 프로그램을 보기도 한다. 운동 시간은 꼬박꼬박 스마트폰 앱에 기록한다.

스마트폰 앱과 웨어러블 기기 사용에 어려움은 없을까. 모두가 “한 번에 다 알 수는 없고, 모르면 복지관에 물어봐서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목 사회복지사는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건강관리·소통을 목표로 하지만, 홀로 지내시는 분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사회백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2년간 회원 기관 30곳에 30명씩 90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홈 복지관 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 협회에서 노인복지관 회원 정보 관리시스템과 스마트 기기 연동·자동화 시스템 구축, 건강관리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진행했고 회원 기관에서 하반기 본격 시행됐다.

※ 경향신문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이웃돕기캠페인인 ‘희망2022나눔캠페인’에 대한 국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공동 기획기사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백신’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캠페인으로 모인 기금은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기가정 긴급지원·사회적 약자 돌봄지원·교육 및 자립 지원 등을 위한 복지사업에 쓰입니다.

사랑의열매 지원 사업 소개
사업명: 노인 통합맞춤 서비스 지원 홈(HOME) 복지관
사업기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회원 기관 30곳)
사업취지: 복지 서비스 공백 보완, 데이터 기반의 노인 복지 서비스 구축 및 사회적 관계망 확대
지원규모: 7억원(2년)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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