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전문가들 “반복되는 소방관 참변···현장에만 책임 맡기는 대응 메뉴얼 개선 필요”

김태희 기자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지난 8일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이 경례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지난 8일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이 경례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지 반년도 안돼 소방관 3명이 또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현행 화재 대응 메뉴얼을 개선해 현장 진입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공무원 노조는 한목소리로 현장 지휘관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9일 소방청의 ‘공·사상자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0년간 화재 진압 등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모두 44명이다. 지난해 6월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김동식 소방령은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6일에는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이형석 소방경,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가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의 화재 대응은 큰불을 잡은 뒤(초진) 내부에 대원을 투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투입된 대원들은 잔불 진화에 나서는 한편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수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천과 평택 화재 모두 초진 이후 인명수색을 위해 투입됐다가 재발화하면서 참변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불확실성이 큰 대형화재 현장의 경우, 소방관 투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장 지휘부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지금의 대응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천·평택 화재 참변은 모두 대형 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며 “이런 건축물들의 공통적 특성은 내부가 상당히 크고 미로처럼 길이 복잡한 데다 단열재 등이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재확산 가능성이 있고, 재발화시 소방관들이 제대로 대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소방관들의 내부진입에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소방에 기대하는 수준이 높다보니 소방관들은 당장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이는 무리한 현장 진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현장 지휘부에게만 판단을 맡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번 일처럼 대형 사고가 터지면 소방관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전문가와 함께 투입 시점이 적절한지 등을 논의해 대응할 수 있도록 메뉴얼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노조는 비슷한 비극을 막기 위해 현장 지휘관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간부급 소방공무원 현장근무경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총 근무경력은 평균 20년6개월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화재진압이나 구조, 구급 등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은 평균 10개월에 불과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장을 모르는 지휘관이 양성될 수밖에 없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지휘관 역량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교육을 임용 전 필수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관계자도 “더 이상 현장을 모르는 무능한 지휘관에 의해 순직하는 사고는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20년 이상 현장경험이 있는 책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이번 순직사고와 관련 10일 세종시 소방청 앞에서 ‘순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추모제 및 소방청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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