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장 모시는 날, 회식을 강요하는 문화 없애주세요.”
“눈치 보지 않고 유연근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내 휴가는 내가 결재하게 해주세요.”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사용해 주세요.”
요즘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 공무원들은 이런 것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전시가 구성한 ‘대전시 주니어보드 DMZ(Daejeon의 MZ세대라는 뜻)’은 그동안 설문조사·분임토의, 기획조정실장과의 간담회 등을 연 뒤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3대 분야 8대 과제’를 도출, 13일 발표했다.
‘불합리한 관행 없애기’ 분야에서 MZ세대 공무원들은 우선 ‘국ㆍ과장 모시는 날’을 없애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과’나 ‘팀’별로 순번을 정해가면서 간부의 식사를 챙기는 문화가 잔존해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이런 문화는 당장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MZ세대 공무원들은 또 현재의 호칭 제도를 개선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은 보직이 없는 직원 사이에서 ‘차관님’, ‘주사님’ 등으로 부르는 사례가 많고, 나이가 어린 신규 직원에 대해서는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젊은 공무원들은 일반 직원의 호칭을 ‘이름+주무관님’으로 통일해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공무원 조직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권위적인 반말이나 친밀감을 표현하는 습관적 반말 문화가 여전히 잔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천’ 분야에서는 ‘눈치보지 않고 유연근무 사용하기’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MZ세대 공무원들은 부서 안의 분위기나 상사의 눈치 때문에 유연근무를 실제로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현실 진단을 내렸다. 특히 신규 채용된 공무원의 경우 유연근무 사용을 원하지만, 신청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간부 공무원부터 유연근무를 먼저 실천하라고 요구했다. 과장 이상 간부가 최소 주1회는 유연근무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부서별 유연근무제 사용 실태를 부서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의 세부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이들은 회식을 강요하는 일이 없는 ‘건강한 회식문화 만들기’가 꼭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식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암묵적인 회식 강요 문화가 잔존해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업무 외 개인시간을 할애하는 회식보다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회식 등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회식문화를 조성해 나가자고 밝혔다.
MZ세대 공무원들은 휴가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휴가 사용 시 상급자의 결재과정에서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밝힌 뒤 직원 스스로 휴가를 승인할 수 있는 ‘셀프 휴가승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셀프 휴가승인 제도’는 직원이 휴가안을 기안·승인하면 관련 알림이 상사와 팀원에게 자동 전달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수평적 소통 활성화’ 분야에서는 직장생활에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관 내 익명게시판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젊은 공무원들은 기관 안에 익명성이 보장된 직원소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신규 공무원의 임용 초기 업무 미숙이나 조직 부적응 등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공무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또 신규자 동기모임 지원, 신규공무원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주기적인 스트레스 측정 및 치유), 선후배 간 멘토-멘티제 운영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범 정책기획관은 “이번에 젊은 공무원들이 제시한 개선안이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 주니어보드 DMZ’은 근무경력 10년 미만의 MZ세대 직원 20명으로 구성됐다. DMZ은 그동안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세대 간 소통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