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청소년의 방사능 안전, 조례로 지켜요”...서울 자치구에서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잇따라 주민 발의

김기범 기자

“어린 아이들일수록 방사능에 취약하지만 민간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선 급식 방사능 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한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주민들이 스스로 어린이·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운동이 서울 자치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학교를 선정해 실시되는 현재의 급식 방사능 정밀조사 방식과 어린이집·유치원이 사각지대로 놓여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다.

서울 성동구는 다음달 열릴 구의회에서 ‘서울시 성동구 급식의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사용 지원에 관한 조례’가 처리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구는 지난달 23일 조례를 입법예고했으며 지난 12일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됐다.

주민들이 직접 청구한 조례 목록에 서울 강서구, 성동구, 송파구, 용산구의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가 포함돼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e직접 누리집 갈무리.

주민들이 직접 청구한 조례 목록에 서울 강서구, 성동구, 송파구, 용산구의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가 포함돼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e직접 누리집 갈무리.

이 조례는 성동구 주민들로 구성된 조례제정 운동본부의 청구에 따라 구에서 입법예고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학교 급식 재료에 대해 방사능 등 유해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급식 종사자에 대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것 등이다. 조례 제정 청구에 연서한 성동구 주민 수는 5135명이다. 기존에는 만 19세 이상 선거권이 있는 주민 50분의 1이 참여하면 조례 제정 청구가 가능했으며 13일부터 시행되는 주민조례발안법은 조례발안 가능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했다.

성동구 뿐만이 아니라 강서·광진·용산구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조례 제정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부터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추진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정화한 처리수를 2023년 봄부터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어린이, 청소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로 연결된 것이다.

‘용산구 방사능 안전 급식 주민모임’ 대표청구인 박제민씨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용산구 방사능 안전 급식 주민모임 제공.

‘용산구 방사능 안전 급식 주민모임’ 대표청구인 박제민씨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용산구 방사능 안전 급식 주민모임 제공.

강서구의 경우 주민들로 이뤄진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주민발안 운동본부가 지난 5일 강서구의회 앞에서 ‘강서구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들은 다음달 14일까지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조례는 강서구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주민 발안 조례다.

광진구에서는 주민들이 지난달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주민 6851명의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전달했고, 용산구에서는 오는 24일까지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송파구에서도 지난달까지 서명 운동이 진행된 바 있다.

서울 강남·구로·노원·동대문·서초·중구 등 6개 자치구에는 이미 관련 조례가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구로구에서는 2014년 주민 발의로 전국 최초의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구로구의 경우 이 조례 시행 이후 어린이집, 학교, 유치원에 공급하는 업체의 식재료 대상 검사를 매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으며, 검사 결과는 구청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구로구 등과 달리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자치구에서는 정밀검사의 경우 전수조사가 아닌 일부 학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도 관련 조례가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탓이다. 서울시교육청 조례는 초·중·고교 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고, 영유아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조례의 방사능 검사 관련 내용은 의무규정이 아닌 탓에 민간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대부분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러 자치구에서 주민들이 조례를 발의하는 목적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고, 정밀조사 대상을 전체 학교로 확대하는 것이다.

용산구에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용산구 방사능안전급식 주민모임’의 대표청구인 박제민씨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추진으로 인해 방사능으로 오염된 식재료 문제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게 되고, 특히 선택권이 제한된 급식을 먹는 영유아, 청소년에게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례 제정 운동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자치구들에서는 이미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데 용산에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것에 실망했고, 주민들 힘으로 조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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