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생각 멈춘 선관위에 뿔난 인권단체들

박하얀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투표 보조인력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16일 오후 2시40분 기준 2200명가량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투표 보조인력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16일 오후 2시40분 기준 2200명가량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오는 3월9일 20대 대선을 앞두고 인권단체들이 20만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총선부터 ‘투표 보조인력 지원’ 대상에서 발달장애인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법정 분쟁으로 비화했지만 선관위는 대리투표 우려 등을 이유로 2년 가까이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2020년 4월15일 열린 21대 총선부터 신체·시각 장애인만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명을 기표소에 동반할 수 있게 매뉴얼을 바꾸었다. 2016년부터 4년 간 ‘장애인이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 27조1항에 따라 발달장애인에게도 투표 보조인력을 지원해오다 ‘법령 해석의 오류’가 있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시각·신체 장애인만 투표 보조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발달장애인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인 김종옥씨는 16일 “지난 총선 때 거동을 보고 어떤 투표소는 보조인력 지원을 허용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안 된다고 막아서 투표를 못하기도 했다”며 “선관위 매뉴얼을 바꾸지 않으면 발달장애인은 투표를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지난 14일 발달장애인 박모씨가 “발달장애인에게 투표 보조인력을 제공하라”고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 기일이 열렸다. 박씨 측은 발달장애인은 상황에 따라 과다한 손떨림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얇은 기표 도장을 들고 투표지의 제한된 공간에 기표하는 행위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관위는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고 대리투표 우려도 있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며 인력 지원에 신중한 입장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9일 투표장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조력자 출입을 막은 행위를 차별로 판단하고 선관위에 개선을 명령했다. 선관위 측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한 차례 이행계획을 제출했으나 보완 요구를 받은 뒤 현재까지 추가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선관위가 ‘전면금지’ 대신 ‘보통선거’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투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는 것이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보조인력은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제공되는 것”이라며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권리협약을 고려해 선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28일 정신적 장애 등으로 혼자 기표하는 게 현저히 곤란한 선거인이 공적 보조원 등을 동반해 기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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