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사료 1만6000건 공개…'김근태 옥중편지' 포함

박하얀 기자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생전 수감 중 부인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편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생전 수감 중 부인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편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해 온라인 사료정보시스템 오픈아카이브(archives.kdemo.or.kr)에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수감 중 부인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소장하고 있던 문서류 약 1만5000건, 사진·필름류 900여건 등 총 1만6000건의 사료를 새로 등록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전 의장이 인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반성과 고뇌가 담겼다. 그는 1987년 12월 경주교도소에서 보낸 편지에서 “현실 속에 있는 기층 대중의 인식과 운동적 조건을 까마득하게 넘어감으로써 그 운동 틀 내부에서 기층 출신 활동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극단적으로 축소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중의 가슴 속에는 소외와 슬픔이 짙게 있어 기회만 있으면 역동적으로 분출되고 운동화된다는 것, 강력한 에너지가 충전돼 있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됐다”고 적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김 전 의장은 편지에 “아버지가 이곳(홍성교도소)으로 온 이후 (중략) 엄마·아빠 대신 너희들을 돌보아주고 키워주신 큰엄마·큰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병준이(아들), 병민이(딸)가 갖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자유란 공기, 물, 그리고 사랑처럼 그것이 없으면 생명은 시들어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은 단순히 고생하고 고통받는, 그래서 참 안된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덮씌어오는 강제와 굴레에 무릎꿇지 않으면서 자유와 참됨으로의 발걸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구도자이며 순례자들”이라고 했다.

고 박용길 장로가 옥중에 있던 남편 고 문익환 목사에게 보낸 2000통 넘는 편지도 사료로 새로 등록했다. 편지에는 가족 이야기와 민주화운동 소식이 일지처럼 기록돼 있다.

오픈아카이브는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를 정리하고 보존하는 사이트로 약 22만건의 문서류와 5만3000건의 사진 등 총 27만3000여건의 사료가 등록돼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의 구술 자료와 역사 콘텐츠 등도 볼 수 있다.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소장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를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단체들과 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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