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헌동 "고덕강일·마곡·위례에 SH ‘반값아파트’ 공급할 것”

이성희·김보미 기자

김헌동 신임 SH 사장 단독 인터뷰

김헌동 SH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SH본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값아파트 외에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올해 공급하는 1만가구 공공주택(임대)에도 서울형 건축비를 적용해 품질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김헌동 SH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SH본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값아파트 외에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올해 공급하는 1만가구 공공주택(임대)에도 서울형 건축비를 적용해 품질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건물만 분양해 집값을 낮춘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를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과 강서구 마곡, 송파구 위례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 있는 SH 보유 부지에 반값아파트를 고품질로 선보여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SH는 이를 위해 건설업체에 지급하는 건축비를 기존보다 인상한 ‘서울형 건축비’도 추진한다. 대신 시공에 들어간 자재 내역을 모두 공개할 방침이다. 최근 고덕강일 4단지를 시작으로 잇따라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도 모든 시민이 건축비를 알게해 ‘이 정도 건축비를 들이면 저 정도 아파트가 나오는구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김헌동 신임 SH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SH본사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 사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언론과 공식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은 건설사에서 20년간 근무한 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에서 20년간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분양가상한제 등을 주장해왔다.

“좋은 자재로 ‘반값아파트’
강남 5억, 서울 3억대 가능
3대 특권 가진 공기업이
정보 감추고 장사하면 안 돼”

■“서울형 건축비 추진···자재내역까지 공개할 것”
김 사장은 “고덕강일과 마곡, 위례에 SH가 보유한 땅이 있다. 우리 땅에 (반값아파트를) 할 계획”이라며 “얼마 전 업무보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상반기 중 추진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반값아파트 분양가는 강남은 5억원, 서울 평균은 3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임대에 따른 월 사용료는 20만원(25평 기준)이 채 안될 것으로 김 사장은 추산했다.

SH는 최근 택지 개발 중심이었던 기능을 공공주택 공급 및 관리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는 “국내 공기업은 토지수용권, 토지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3대 특권’이 있다. 그런 공기업이 장사를 하면 되겠나. 장사를 하더라도 시민들에게 안 알려주고 감추면 되겠나”라며 “어렵게 확보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기보다 공공이 보유한 채 임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SH는 서울형 건축비도 준비하고 있다. 주택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김 사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한 단지들의 건축비를 보면 건설업체에 실제 지급하는 건 평당 500만~550만원 정도”라며 “앞으로 SH 아파트는 더 좋은 설계를 하고 더 좋은 자재를 쓰도록 지급 건축비를 더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값아파트의 경우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건축비를 인상해 품질 높은 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반값아파트를 이미 본격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SH가 공사 발주시 건설업체에 지급하는 싱크대·마감재 등과 같은 자재 일체를 중소기업제품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 팀을 꾸렸다. 또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분양자가 매매 시 공공에 우선 매각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 공공매입을 할 수 있다. SH가 토지임대부 주택을 지어 분양해도 매입할 수 없는 것으로, 이에 서울시가 최근 국토교통부에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반값아파트 네이밍(이름)도 고민 중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통칭돼 사람들이 일반 임대아파트와 같은 주택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니까 거기에 맞춰 네이밍할 계획”이라며 “사이버 모델하우스도 만들고 메타버스도 만들어서 시민들이 직접 들어가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자재 내역까지 세부적으로 공개해 시민들이 (분양 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헌동 SH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SH본사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김헌동 SH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SH본사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분양원가 매달 공개하는 건
시민들이 비교·판단하란 뜻
LH도 건축비 비슷할 텐데
공공주택 분양가 너무 비싸“

■“3월에는 강남 쪽 단지 분양원가 공개”
SH가 최근 공개한 아파트의 평균 분양원가는 평당 1150만원으로 이윤은 매출액 대비 35% 정도다. 김 사장은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60%에 해도 30% 이윤을 봤다. 건축비는 평당 600만~700만원인데 30평으로 환산하면 건물값이 2억원”이라며 “(시민들이) 잊어버릴까봐 한달에 한번씩 알려드릴 거다. 3월에는 강남 쪽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양원가를 거듭 공개하는 이유로는 “모든 시민이 건축비를 알게 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가 마치 거품을 빼 분양가를 낮추려는 목적 아니냐고들 하는데 오해”라며 “(집이) 2억원짜리라는 걸 알게 되면 5억~6억원짜리 살 때 겁나지 않겠나. 사려던 사람들이 안 살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와 집값을 임의로 끄집어내리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시민들이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땅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건축비는 어디에 짓든 크게 다르지 않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2021년 9월 기준 평당 687만9000원)를 넘어서는 안된다.

김 사장은 LH를 공개 비판했다. 공기업이지만 아직도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LH 건축비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 입주자모집공고에 나온 분양가를 보면 건축비로 (시민들에게) 1000만원을 받으면서 정작 건설회사에는 500만~600만원을 주면 알아서 좋은 건물을 지어주겠나”라고 말했다. LH가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분양가도 지역에 따라 4억~7억원에 이른다.

그는 “SH 사장이 되기 전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생각했다. 시민운동가의 일이 뭐였나. 공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주장한 사람이다. 공익이 뭔가, 공기업 사장이 뭔가. 천만 서울시민을 위해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면 된다”며 “시민운동가 때 했던 일과 공기업 사장으로 해야할 일의 맥이 같다. 지난 20년간 ‘해주세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했다면, 앞으로 (임기) 3년은 SH 임직원과 서울시 공무원, 중앙부처와 입법부 등을 설득하며 일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보다 (일의) 폭이 좁아졌을지 몰라도 깊이있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앞서 시민운동을 하다 정책 입안자로 나섰던 이들과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정책에 앞장서겠다”며 “(시민운동 활동할 때는) 분양원가 공개와 반값아파트를 하겠다고 했다가 안했던 그들과는 다르다. 매우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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