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노동자 목숨 끊은 세아베스틸···뒤늦은 사과 및 책임자 사퇴읽음

박용근 기자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경. |연합뉴스 제공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전경. |연합뉴스 제공

국내 중견 철강회사인 세아베스틸 군산 공장에서 3년여 전 성추행과 괴롭힘을 당했던 30대 남성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25일 회사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표이사와 임원 등 2명은 사퇴했다.

세아베스틸 김철희 대표이사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2018년 11월 군산공장 직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많은 분께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전해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 본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 군산공장 총괄책임자인 박준두 대표이사와 제강 담당 김기현 이사가 금일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사고 발생 당시 각각 인사관리 총괄과 관할 부서 팀장을 맡고 있었다.

김 대표는 “그 외 관련자 처분은 인사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명명백백히 밝혀나가고자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원칙을 재확립하고 사규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 시스템 등을 전면 개정해 그 어떠한 부담이나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철저히 원칙을 지켜나가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MBC는 세아베스틸 직원이던 유모씨가 2018년 11월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씨가 남긴 유서와 25분짜리 동영상에는 당시 입사 6년차였던 그가 입사 직후부터 상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당해온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었다. 유서에는 반장급인 A씨 강요로 유씨가 옷을 모두 벗고 사진을 찍어야 했으며 음식점이나 노래방 등에서 볼 뽀뽀를 당한 사실도 적혀있었다. A씨는 입사 직후 자신에게 ‘문신이 있냐’고 물으며 여러 사람 앞에서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봤다고 했다.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을 진단받아 수술을 받았을 때도 A씨가 면박을 줘 상처 받았다고 유씨는 밝혔다. 그의 유서에는 연차를 문제삼거나 ‘귀는 잘 들리냐’며 체온계를 귀에 강제로 꽂은 인사팀 B씨에 대한 폭로도 담겨있다.

사측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유씨가 숨지자 회사 측은 노무법인을 통해 사건을 조사했으나 2019년 4월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는 2~3개월 정직 처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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